미국 CIA, FBI등 16개 정보 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국(DNI)이 최근 국무부 소속의 전염병학자를 영입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는 또 DNI가 기후 변화 및 혁신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 등 첨단 과학 분야를 담당할 관리자급 직책 2곳을 신설했다고 익명의 관리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미확인 비행물체(UFO) 및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 등의 현상이 기존 첩보 활동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NYT는“전통적인 정보 수집 기술로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런 질문들을 답하는 데 실패했다”며 “많은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첩보 수집과 과학적 활동의 적절한 혼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UFO,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등 설명 못하는 미 정보 기관

미국 정보당국은 그동안 미 해군 조종사들이 목격한 정체불명의 비행체(UFO)들이 외계인들의 우주선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사진은 미 해군 조종사가 촬영한 '미확인 비행 현상' /미 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앞서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달 25일 UFO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라며 ‘국가 안보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국가 기관이 UFO가 존재한다는 것을 공식 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다만 ODNI 보고서는 관련 자료가 부족해 UFO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외계 과학 기술'의 증거도 찾지 못했고, 그렇다고 외계 생명체의 우주선이라는 일각의 이론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다소 어정쩡한 결론이었다.

미 정보기관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지시한 ‘코로나 기원 재조사'에 대해서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의 중국 우한(武漢) 기원설, 특히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조사를 지시한 것이지만 양쪽 중 한 가설에 무게를 둘만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보 당국은 코로나 기원과 관련한 명확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냉전 시대엔 ‘적 핵, 미사일 연구', 필요한 과학 분야 달라져

이런 상황에서 에이브릴 헤인즈 DNI 국장은 최근 들어 첩보 활동 중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때는 외부 과학자들 풀(pool)을 이용해 수시로 자문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방한 중인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미 정부 기관 직원들이 잇따라 원인 모를 이명(耳鳴)과 두통에 시달리는 현상인 이른바 ‘아바나 신드롬'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외부 과학자 패널 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명과 구토, 두통 등을 통틀어 ‘아바나 신드롬’ 괴질로 불렀지만, 1년여 뒤에야 고주파 공격임이 드러났다.

최근 미 정보 기관들은 이런 ‘고주파 공격’에 대해 러시아 첩보조직인 정찰총국(GRU)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러시아는 5~6년 전부터 극초단파로 사람의 뇌를 노린 ‘고주파 공격 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들은 시대가 바뀌면서 정보 기관도 필요한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적응해 가는 단계라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냉전 시대'에 과학은 주로 적들의 핵·미사일 개발 및 화학 무기 프로그램 등을 감시하는 데 이용됐다”며 “그러나 최근 정보 당국이 부닥치는 과제들은 그들이 그간 투자해왔던 것 과는 다른 분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