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각) 12층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기 위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현지 당국자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긴 테이블 가운데에 앉은 바이든 대통령의 오른쪽엔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43) 플로리다 주지사가 자리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첫날부터 (대통령이) 이 비극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원을 보내줬다”며 “(연방정부 지원을 지연시키는) 관료주의란 없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약속하겠다. (관료주의란) 없을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를 “민주당 지도자와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내에서 떠오르는 별(rising star)”로 묘사했다. 대형 사고 현장에서 으레 있는 대통령과 관할 주지사의 만남이 아니라 2024년 대선의 잠재적 주자 간 만남이라는 의미였다. 로이터통신도 “디샌티스가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잠재적 대체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처럼 주목받게 된 계기는 지난달 19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보수 진영 콘퍼런스인 ‘서부 보수 정상회의(WSC)’였다. 현장에 온 500여 명과 온라인 참가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2024년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비공식 여론조사(straw poll)를 했는데 디샌티스 주지사가 74.1%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전까지 보수 진영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1.4%를 기록해 2위로 밀려났다.
엄밀한 여론조사는 아니었지만, 공화당 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던 트럼프를 제친 것은 충격으로 여겨졌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최근 “공화당의 새로운 왕, 론 디샌티스”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장에서 디샌티스의 대선 출마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가 곤경에 처하면서 디샌티스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뉴욕주 맨해튼 검찰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업체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이곳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알런 와이슬버그를 탈세 등 혐의로 기소했다. 와이슬버그는 40년간 트럼프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온 인물로, 트럼프를 겨냥해서 진행 중인 다른 수사들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재임 시절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사단의 촉망받는 정치인’ 정도였다. 1978년생인 그는 194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이나 1946년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서른 살 이상 어리다. 플로리다 잭슨빌 태생으로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해군 복무와 검사 생활을 거쳐 지난 2013년 연방하원의원이 됐다.
정치 경력이 짧았던 디샌티스가 지난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지지였다. 디샌티스는 공화당 경선에서 “장벽을 건설하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같은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반복했다. 자신에게 절대 충성하는 디샌티스를 트럼프는 적극 밀어줘 주지사로 만들었다.
트럼프 퇴임 후에도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노선’을 이어갔다. 경제를 강조하며 코로나 방역 조치를 느슨히 풀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도 매섭게 이어갔다. 퇴임한 트럼프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사용을 차단당한 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사이 디샌티스 주지사는 “코로나 봉쇄, 인종차별 시위, 우편투표 확대에 반대하기 위한 공화당 투쟁의 최전선에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백악관 시절 4년 동안 계속된 혼란에 질린 일부 공화당원들에게 디샌티스는 트럼프의 시각을 많이 공유하면서도 덜 선동적인 대통령 후보처럼 보인다”고 했다.
한때 끈끈했던 디샌티스와 트럼프의 관계도 미묘해지고 있다. 보수 성향 신문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디샌티스 주지사 측이 트럼프가 오는 3일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카운티에서 열 예정인 대중 유세 행사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디샌티스는 아파트 붕괴 사고 대응 와중에 대규모 유세 행사가 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지만, 트럼프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디샌티스 측이 이 보도를 공식 부인했는데도 관련 뉴스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