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美) 행정부에서 대중(對中) 전략을 담당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료가 최근 출간한 책에서 “중국이 과거 미국을 상대로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도 ‘비대칭 전략’(Asymmetric strategy)을 통해 팽창하는 중국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칭 전략은 상대방의 우위 전력은 피하면서, 약점 및 취약점을 노리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미 G2(주요 2국) 반열에 오른 중국과 전면적 대치는 소모적인 만큼, 중국이 약하거나 미국이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취지다.
러시 도시 NSC 중국 담당 선임국장은 이달 중순 출간한 ‘기나긴 게임: 미국 질서를 대체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전략’이라는 책에서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효율적’으로 둔화(blunt)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그간 효율적으로 미국의 질서를 조금씩 훼손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혀왔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에 ‘벌’을 준 것도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중국의 야심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대중 강경파’인 도시 선임국장은 올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NSC에 발탁돼 대중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아시아 차르(tsar)’라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싱크탱크 및 컨설팅 그룹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왔고, 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미국 군사 전략의 핵심으로 동맹국들의 ‘군비 증강’을 꼽았다. 도시 국장은 “(중국 주변 동맹국들이) 미사일방어체계(MD)뿐만 아니라 대함순항미사일 등 방어 및 공격 능력 모두를 획득할 수 있도록 (미국이)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미사일 역량을 강화해 중국에 맞서도록 하겠다는 미국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사일 지침 해제는) 중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라며 ‘주권 회복’ 등을 강조하고 있다.
도시 선임국장은 경제 전략에 대해선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의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동맹국들이 환영할 만한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 사업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중순 G7(주요 7국) 회의에서 ‘B3W(더 나은 세계 재건)’이라는 글로벌 인프라 구축 계획을 주창했고, 공동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
도시 선임국장은 지난 1월 캠벨 조정관과 함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은 모든 사안에 초점을 두는 대신, 개별 문제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연합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의 ‘비대칭 전략’과 일치하는 부분으로, 향후 미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나 첨단 기술 개발 등 개별 분야에서 우리 정부에 ‘대중 견제’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