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美) 행정부가 27일(현지 시각) 이라크 내 미군기지 및 미군을 공격한 친(親)이란 성향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날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어떤 합의도 갱신되지 않은 만큼 (IAEA에) 핵시설 감시 영상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8년 만의 보수 강경파 정권 출범을 앞둔 이란을 핵합의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차원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치른 이란 대선에서 보수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후보가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율로 승리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사용하는 운영 및 무기 저장 시설을 공습했다”며 “민병대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한 데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번 미군 공습으로 최소 5명의 민병대원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시리아 관영 통신은 어린이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친이란 민병대를 공습한 것은 지난 2월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 공습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란을 핵합의 복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압박’ 및 ‘유화’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습 전날인 26일엔 미 정부가 이란 핵합의 복귀 협상 결정권을 갖고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의 숙적 이스라엘의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을 만나 이란 핵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이날 이란 핵시설과 관련된 영상과 자료들을 IAEA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자, 미 정부가 ‘견제 차원’에서 공습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올 초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4월부터 이란과 핵합의 복원을 위한 물밑 협상을 벌여왔지만, 양측 입장 차로 협상은 난항을 겪었고, 이란 대선 이틀 뒤인 20일 중단됐다. 오는 8월 강경파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할 경우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라이시 당선인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란은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의 사이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28일 “미국이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며 “중동 정책에서 실패한 길을 계속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AFP통신은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샤비’가 미국의 공습에 보복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