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7일(현지시각) 뉴욕시 브롱크스의 공립 해수욕장. 섭씨 30도 날씨에 휴양객 수만명이 몰려 물놀이와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마리화나(건조 대마초)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로 뒷자리에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젊은 남녀 5명이 시가 형태의 마리화나, 물담배 형태의 마리화나를 번갈아 흡입하면서, 흥겨운 음악까지 틀어놓고 취한 듯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60~70대 노인들은 그늘에 모여 앉아 카드놀이를 하며 마리화나를 피우고, 20대 아기 엄마도 유모차를 끌면서 마리화나를 피웠다. 안전 요원들은 어린이들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 않도록 호루라기를 연신 불어대며 튜브 사용조차 금지하는데, 마약 연기를 내뿜어도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장면이 가능한 건 뉴욕주가 지난 3월부터 성인용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시내 번화가든 동네 주택가에서든 담배 사듯 살 수 있다. 일부 판매상은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보이면 판촉용 마리화나를 공짜 경품으로 주기도 한다. 성인용만 합법화됐지만 이미 뉴욕 고교생 5명 중 1명은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보건 당국의 통계도 최근 발표됐다. 마리화나가 껌이나 콜라, 커피 수준의 일상적 기호품이 된 것이다.
마리화나 합법화의 불을 댕긴 건 코로나 바이러스다. 지난해 코로나의 최대 진앙이었던 뉴욕은 불황으로 세수(稅收)가 150억달러(약 16조5000억원)나 급감했다. 그러자 세금을 쉽게 걷을 수 있는 ‘죄악세(sin tax·마약⋅도박⋅매춘 등 바람직하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에 부과하는 세금)’ 신설을 검토했다. 지난 연말 인접한 뉴저지가 먼저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결정하자 뉴욕 주정부·의회는 “이러다 관광객과 유흥 시장을 다 뺏긴다”며 마리화나 합법화를 서둘렀다.
뉴저지·뉴욕이 나서자 인근 코네티컷주도 오는 7월 1일부터 마리화나를 합법화했다. 이런 식으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미국의 주는 지난해까지 10곳에서 올해 17곳으로 늘었다. 뉴욕 증시에선 마리화나 관련주도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러져가고 있지만, 코로나가 낳은 마약 합법화의 여파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