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이 금성 연구를 위해 탐사 궤도선 ‘인비전(EnVision)호’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3일 30년 만에 다시 금성 탐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유럽도 금성행을 결정한 것이다.
유럽우주국은 이르면 2031년, 늦어도 2033년쯤 인비전호를 로켓에 실어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탐사선이 금성 근처까지 가는 데 15개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금성의 궤도를 따라 돌게 되는 데 추가로 1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인비전호에는 고해상도 사진 촬영이 가능한 레이더와 금성의 주요 지점을 관찰하고 대기 중 가스를 추적할 스펙트로미터(분광기) 등이 실려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이를 이용해 내핵(內核)부터 초고층 대기까지 금성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은 인비전호의 발사 시기보다 조금 앞선 2028~2030년 사이에 ‘다빈치+’와 ‘베리타스’란 이름의 탐사선을 금성에 보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귄터 하징어 유럽우주국 과학국장은 이날 “미 항공우주국이 주도하는 금성 탐사 임무와 함께하면 이 불가사의한 행성에 아주 종합적인 과학 프로그램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금성 탐사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금성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의 한 연구팀은 금성의 대기에서 생선 썩는 듯한 냄새가 나는 ‘인화수소(phosphine)’가 떠다닌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성의 대기는 인화수소가 계속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무엇인가가 계속 인화수소를 발생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인화수소를 만들어내는 혐기성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