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지나가던 아시아계 여성을 ‘묻지마 폭행'한 40대 노숙자가 결국 증오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알렉산더 라이트(48)을 폭행, 증오범죄 폭행, 불법약물소지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 오후 6시 15분쯤(현지 시각) 뉴욕 차이나타운 바야드 거리에서 주황색 후드에 청자켓을 겹쳐 입은 옷차림의 라이트는 마주 오던 55세 여성을 갑자기 왼손 주먹으로 가격했다. 코를 붙잡고 뒤로 넘어지던 여성은 기둥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고 주저앉았다. 이를 목격한 주위 사람들이 여성에게 몰려오자, 라이트는 오히려 “왜 날 때렸느냐”며 항변한다. 라이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피해 여성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현재 건강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뉴욕주의회 의원 유린 니우는 유권자에게서 직접 받았다며 폭행 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2일 오후 5시 30분(한국 시각) 현재 이 영상은 약 145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좋아요 2만개와 댓글 7500여개가 달렸다.

라이트는 40회 넘는 전과를 가졌으며, 지난 1년 동안만 해도 이번 폭행을 포함해 5차례 범죄를 저질렀다. 더못 셰아 뉴욕 경찰청장은 한 지역 방송에 출연해 “이들 범죄자들을 바로 거리에 풀어주면서 우리 지역사회가 무슨 조치를 해왔는지 의문”이라면서 “뉴욕 시민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말했다.

셰아 청장은 지난달 28일 한 지하철역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상대로 또 다른 ‘묻지마 폭행'이 벌어진 사례를 들며, 이 경우에도 용의자는 수십 차례 이상의 체포 전력이 있었지만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체포 당시 라이트는 합성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불법 약물 소지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은 라이트를 공립 병원에 수용해 정신 감정을 받도록 했다.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증오 범죄는 급증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NYT)는 올 한 해 지난 4월까지 뉴욕 경찰에 신고된 아시아인 상대 증오 범죄가 35건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28건과 2019년 3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