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武漢)에서 기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중국 조사’를 주장한 데 이어 백악관도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의 기원에 대해 방해 및 정치적 논쟁 없이 좀 더 투명하게 조사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반복해서 이런 이야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정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 발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도 “코로나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 및 미래에 발병할 기원 불명의 유행병에 대한 조사를 지원할 것”이란 대목이 포함되기도 했다.
파우치 NIAID 소장은 코로나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증폭시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지난 11일 한 행사에서 ‘여전히 코로나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것이 폭스뉴스의 보도로 24일 알려졌다. 파우치 소장은 “나는 우리 능력이 허용하는 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가 찾아낼 때까지, 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우치 소장은 작년 5월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유출' 주장을 반박하면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했었다. 당시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소가 아니라 동물에서 유래해 인간에게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가 인위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조작될 수 없었다는 쪽으로 강하게 기울게 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바꿔 “(WHO 등) 이전에 코로나 사태를 조사했던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가) 동물 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하는데 다른 근원이 있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코로나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실에서 유출됐다는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실험실이 아니라 자연에서 유래했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더 타당해 보였다”면서도 “아직 코로나가 동물로부터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못 찾았고 우한 유출 가설을 지지하는 보고서가 늘고 있다”고 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미 정부의 비공개 보고서를 인용해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코로나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되기 직전인 2019년 11월 코로나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심하게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 우한 기원설, 특히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의 바이러스 유출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비공개 보고서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지금까지 해당 연구소의 직원·연구원은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없다. 미국이 끊임없이 실험실 유출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은 우한연구소에서의 바이러스 유출설은 ‘음모론’이라고 부인해왔다. WHO는 코로나 기원 조사를 위해 지난 2월 우한 등 현지 조사를 했지만 제한된 조사만 진행한 뒤 “실험실 유출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