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 바이든이라고 합니다. 자동차광(car-guy)이지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운을 떼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그는 다음 날 포드의 신형 전기차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공개를 앞두고 이날 현장을 직접 찾았다. 78세인 바이든은 선글라스를 낀 채 직접 전기 트럭을 시운전했다. 취재진에게 “이 물건 빠르다. 금방 가속이 된다”며 ‘부~웅' 소리가 날 정도로 가속페달을 밟아 달려나가기도 했다.
이날 포드 공장 방문은 전기차 생산 지원안 등을 담은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안을 홍보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바이든은 전기차의 키워드로 ‘친환경 에너지’ ‘탄소 배출 감축’이 아닌, ‘중국과의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을 강조했다.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다. (내연기관차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지금 중국이 이 경주에서 앞서고 있다. 거침없이 나가고 있다. 사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고 그 핵심 요소는 배터리”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어 “미국은 과거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R&D 투자에서 세계 1위고 미국은 8위다.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며 “우리는 지금 미국사의 큰 변곡점에 있다. 향후 4~10년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그 이후 우리의 30년, 40년, 50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바이든의 행보는 그가 주력하는 화두가 중국과의 미래 산업 주도권 경쟁이란 점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미 고급 전기차의 선두 주자이자 중국 시장 진출이 활발한 테슬라 대신, 내수 수요가 많은 포드사 전기 트럭 공장을 방문한 것은 미 중산층·서민층을 상대로 인프라 투자안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전 성격이 강하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