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65)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지난 3일 이혼을 발표한 이래 그의 여성 편력 등 사생활 관련 추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혼 발표 당시 빌과 아내 멀린다 게이츠(56)는 “부부로서 인생의 다음 장에서 더는 함께 성장할 수 없다”는 모호한 이유만 대면서, 사생활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갑부이자 자선 활동을 함께 하던 모범 부부의 전형이었던 이들의 정확한 이혼 사유를 놓고 미국 언론들이 집요한 취재에 나서면서 그 내막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 시각) “빌 게이츠가 MS의 여성 엔지니어와 과거 부적절한 관계를 수년간 맺었고, MS 이사회가 2019년 이 사실을 인지해 빌에게 이사직 사임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직원은 빌 게이츠가 멀린다와 결혼한 지 6년 뒤인 2000년부터 빌과 수년간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적어 2019년 회사에 보냈고, 멀린다가 자신의 편지를 읽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빌과의 관계가 위계에 따른 것이었다는 일종의 ‘미투’ 폭로를 한 것으로 보인다.
MS 이사회는 외부 법률회사를 고용해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 이 여직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결론냈다고 한다. 이 조사가 채 끝나기 전 빌 게이츠는 2020년 3월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당시 빌은 “자선 사업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의 대변인은 WSJ에 “20여년 전 내연 관계가 있었으나 우호적으로 끝났다”면서 외도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사직 사임은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또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MS와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의 여러 관계자를 인용, “빌 게이츠가 사내 여직원들을 상대로 여러 문제적 행동을 했다”며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2006년 당시 MS 회장이었던 게이츠는 한 여직원의 발표를 지켜보다 갑자기 회의장을 나가더니 그에게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자”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빌은 “이 메일이 불편하다면 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행동하면 된다”고 했고, 이 여성은 그렇게 했다고 한다. 빌은 또 게이츠재단 업무로 간 뉴욕 출장에서 또 다른 여직원에게 “당신과 만나고 싶다. 나와 저녁을 먹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빌은 또 게이츠 재단 재산을 30년간 관리한 자금 관리인 마이클 라슨이 2017년 외부 여성에게 저지른 성추행 사건을 덮어준 일로 멀린다와 갈등을 겪었다. 당시 멀린다는 외부 독립기관을 선임해 정식 조사하자고 주장했지만, 빌은 여성 측에 거액을 주고 합의해 사건을 무마하도록 했다.
앞서 빌 게이츠가 아동 성범죄자인 뉴욕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분을 이어온 데 멀린다가 분노했다는 WSJ 보도도 나왔다. 엡스타인은 10대 소녀 수십 명을 성 노예로 부리며 정·재계 유력 인사에게 성 접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9년 교도소에서 자살한 인물이다. 당시 ‘엡스타인의 맨해튼 저택에 빌 게이츠가 자주 들러 은밀한 파티를 즐겼다’는 NYT 보도를 보고 멀린다가 본격적으로 이혼 준비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왔다.
또 빌 게이츠가 결혼 후에도 옛 연인이자 벤처 투자가인 앤 윈블래드(71)와 정기적으로 휴가를 같이 보냈다는 1990년대 타임지 보도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멀린다는 자선 사업 중에서도 개도국 소녀 교육·의료 지원부터 직장 내 성 평등, 정치·과학 분야로의 여성 진출 등 여성 권익 향상에 중점을 뒀다. 2019년 낸 자서전에선 “MS의 테스토스테론으로 가득 찬 듯한 남성 중심 문화에서 난 늘 소외됐었다. 빌과의 결혼생활 중에도 남녀로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려 고군분투했다”고 적기도 했다. 그런 멀린다로선 남편의 외도나 사내 성 추문 등을 감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연예 매체들에 따르면 멀린다는 지난 3월부터 서인도제도 그라나다의 섬을 통째로 빌려 세 자녀와 함께 머물렀고, 빌은 캘리포니아의 한 골프클럽서 3개월째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포스트는 빌 게이츠가 오래전부터 지인들에게 “멀린다와는 애정 없는(loveless) 관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