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 자재부터 농산물, 주식, 비트코인 등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시장 버블(bubble·실물과 금융 시장 간 괴리)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돼간다는 희망 속에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는 동시에, 다양한 자산이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올라 투자자와 전문가들이 거품을 우려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목재 등 건축 자재 가격은 최근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인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산 원유도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호주 등 각국의 대표 주가지수도 올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와 다우지수는 올들어서만 각각 스무 번 넘게 신고점을 갱신했다.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올초 3만달러 이하에서 시작해 최근 급락하기 직전 6만달러까지 폭등했다.
이처럼 다양한 자산이 한꺼번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로, 100년 전 ‘광란의 1920년대(Roaring 20’s)와 비슷하다고 WSJ과 블룸버그 등은 지적했다. 서구권 경제는 1910년대 말 세계 제1차대전과 스페인독감 창궐로 초토화됐다가 1920년대 복구 시기에 기술 혁신과 대량 생산, 소비자 수요 폭발에 힘입어 10년 가까이 큰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모든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다 수요가 급작스레 폭락한 1929년 ‘검은 목요일’을 계기로 거품이 붕괴,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현재 이런 자산 가격 폭등은 코로나 팬데믹 1년여간 용처를 찾지 못하고 자산이 쌓이면서 억눌렸던 소비·투자 욕구가 분출되고, 미국의 공격적인 재정완화 정책과 제로금리 장기화 등 대규모 돈풀기가 겹쳐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로 산업 전반의 디지털로의 전환 가속화, 백신 등 의료 기술 급진전은 1920년대와 상당히 비슷하다”며 “바이든 정부의 경기 부양책도 1920년대를 모방한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했다.
이미 다수 투자자는 대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달초 E트레이드 여론조사에서 미 투자자의 70%는 ‘시장이 완전히 혹은 다소 거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980년대 일본의 자산버블 붕괴와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를 예측했던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WSJ에 “과거의 버블은 경제 여건이 완벽에 가까울 때 일어났지만, 이번엔 아직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시장이 엄청나게 치솟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했다.
반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지난달 말 “300년의 역사를 볼 때, 과거 버블의 특징은 강력한 투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증시에선 이런 조짐이 광범위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거품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