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승격시키는 법안이 22일(현지 시각) 미 연방하원에서 찬성 216표 대 반대 208표로 통과됐다. 워싱턴시(市)는 현재 연방정부가 관할하는 ‘컬럼비아 특별구(District of Columbia)’로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를 ‘더글러스 커먼웰스(Douglass Commonwealth)’란 이름의 주로 만드는 내용이 작년 6월에 이어 두 번째로 하원 통과에 성공한 것이다.

만약 이 법안이 연방상원까지 통과하면 하와이와 알래스카가 주가 된 1959년 이래 62년 만에 51번째 주가 탄생하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인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50석씩을 갖고 있는 상원 통과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원 통과를 위해서는 60표가 필요하다. 최소 1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 법안에 찬성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하원 표결에서도 공화당 의원의 찬성표는 없었고, 작년 6월에도 상원에서 주 승격이 좌절됐다. 앞서 1993년에는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하원에서 부결된 적이 있다.

민주당이 워싱턴DC를 주로 만드는 걸 계속 시도하는 표면적 이유는 DC 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DC에는 약 71만명이 살고 있다. 와이오밍(약 58만명)이나 버몬트(약 62만명) 같은 주들보다 인구가 많고 알래스카(약 73만명)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주가 아니기 때문에 연방 상·하원 의원을 선출할 투표권이 없고, 연방의회 표결권이 없는 대의원(delegate)만 있다.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도 1964년에야 뽑을 수 있게 됐다. 워싱턴DC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항의의 뜻을 담은 ‘대표 없는 과세(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란 말을 자동차 번호판에 넣고 있다.

공화당은 “인구와 규모가 너무 적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워싱턴DC가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손해를 방지하려는 게 더 큰 이유다. 흑인이 인구의 46%, 히스패닉이 11%, 아시안이 4%를 차지하는 워싱턴DC 주민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선에서 평균 89%의 표를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던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워싱턴DC를 주로 만들자는 것은 곧 “두 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