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총 1조5224억달러(약 1706조원) 규모의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9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올해 예산 1조4044억 달러(약 1574조원)보다 8.4% 더 늘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긴축 재정은 가고 큰 정부가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한시했던 교육, 기후변화 대응, 다자 외교 같은 분야에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공화당의 상당한 반대가 예상돼 예산 심의가 시작되는 올가을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 연방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국방 예산을 7530억달러로 책정했다. 올해보다 1.7%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방 예산을 늘려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10% 정도 삭감을 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을 뒤엎고 계속해서 국방 예산을 늘리는 쪽을 택했다.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에 5900억달러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에서는 “(물가인상률과 비슷한) 1.7% 인상은 사실상의 삭감”이라며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적들뿐만 아니라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에도 안 좋은 신호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국방 예산을 제외한 예산은 7694억달러로 15.9%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저소득층 아동 교육을 위해 연방정부가 학교들에 지원하는 예산으로 365억달러를 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폭 삭감했던 예산인데 한 번에 200억달러를 올렸다. 또 에너지부의 청정 에너지 기술 예산을 27% 늘리고 철도청 예산도 35% 늘리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량을 장기적으로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밝힌 데 맞춰 연방정부의 전기차 구입과 충전소 설치를 위해 6억달러를 요구했다.
외교 무대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를 거듭 외쳐온 바이든 대통령은 국무부 예산으로 현재보다 11.9% 인상된 635억달러를 제안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예산을 4배 올렸고, 미국 국경에 몰려드는 난민을 줄이기 위해 중미의 정치·경제 안정에 앞으로 4년간 40억달러를 써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삭감했던 유엔 평화유지 활동 분담금도 다시 낼 예정이다. 세계적 법인세 하한선 도입 등을 위해 재무부의 국제 프로그램 예산도 73%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바이든 백악관은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런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 자세한 세입·세출 전망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국세청의 “고소득층 및 법인 세금 신고에 대한 감독을 늘리기 위해 10억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의회에 요구했다. 고소득층과 기업들에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