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인 등 아시아계는 웬만하면 외출을 삼가고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중·장년층 교포 중에선 한국으로 역이민을 고려하는 이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 남성 하비어 라쉬 우디 실라스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30분쯤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연합회 이사장이 운영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편의점에 도로 표지판 기둥으로 추정되는 금속 막대기를 갖고 들어와 난동을 부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지난달 말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 한 흑인 청년이 도로 표지판 기둥으로 보이는 쇠막대기를 갖고 들어와 마구 휘둘러 기물을 부순 일이 3일(현지 시각) 알려졌다. 편의점 CCTV 영상에서 이 청년은 “망할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퍼부었고, 자신이 부순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

서부 워싱턴주에선 50대 한인 부부가 지난해 11월 대낮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흑인 등 10대 청소년 여러 명에게 폭행당해 남편의 갈비뼈가 부러진 일도 3일 알려졌다.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길을 걸어가던 이 부부를 흑인 소년 여러 명이 때렸고, 부인이 “도와달라” “하지 마”라고 외치는 데도 계속 폭행을 가했다. 이 중 15세 소년이 경찰에 체포돼 2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부인과 5세 아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괴한에게 폭행당해 피멍이 든 아시아계 미국인. /ABC

앞서 뉴욕 맨해튼의 관광 명소인 센트럴파크에서도 한낮에 30대 아시아계 부부가 다섯 살 난 아들을 데리고 산책하다, 흑인 남성에게 구타당한 사실이 지난 1일 알려졌다. 부부 중 남편은 눈에 피멍이 들고 얼굴뼈가 골절됐다. 이 괴한은 “넌 왜 마스크가 있느냐, 동양인은 항상 유리하다”며 주먹을 날렸다고 한다.

클로이 김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클로이 김(21)은 인종차별 공포 때문에 호신용 무기를 소지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그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백인 소녀들에게서 금메달을 빼앗지 마라’ ‘멍청한 동양인’ 같은 증오 메시지를 하루에 수십 통씩 받는다”면서 “난 외출할 때마다 작은 가방에 전기충격기, 최루액 분사기, 호신용 칼 등 무기를 챙긴다. 붐비는 곳이 아니면 혼자 어디에도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