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모자인 전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고든 리디가 1973년 1월 16일 미 워싱턴에서 이 사건 관련 재판을 받는 도중 휴식 시간에 포착된 모습. 그는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공화당)의 재선을 위해 1972년 6월 17일 밤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이 사건의 여파로 닉슨 대통령은 사임했다. /AP 연합뉴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하야를 초래한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주모자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고든 리디가 사망했다.

31일(현지 시각) CNN·NYT 등 미 현지 언론들은 전 FBI 요원이자 라디오쇼 진행자 리디가 전날 90세 나이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NYT 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리디의 죽음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는 무관하며, 그전부터 파킨슨병 등 여타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리디는 사망 3주 전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닉슨 당시 대통령(공화당) 재선을 위한 비밀공작요원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있던 워싱턴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 여파로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임기 도중 물러났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임기 중 사퇴한 유일한 사례였다.

당시 사건에 앞서 FBI요원이었던 리디는 닉슨의 지시를 받아 1972년 초 그해 연말에 있을 대선을 위한 ‘보석(Gemstone)’이라는 코드명의 공작계획을 여럿 고안해 이를 조지 미첼 법무장관에게 보고했다. ‘보석’ 계획은 납치·강탈팀을 동원해 반전 세력을 무력화시키는 ‘다이아몬드’, 민주당 대선후보인 에드먼드 머스키와 조지 맥거번의 사무실을 도청하는 ‘오팔’ 등으로 구성됐다. 이 공작계획들 중 하나로 그는 1972년 6월 17일 밤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2001년 무렵의 고든 리디. /AP 연합뉴스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던 닉슨은 1974년 8월 사법 방해 혐의로 탄핵 절차가 착수되자 자진 사임했다. 리디는 주거 침입·도청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20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나는 후회하고 있다. 임무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출감한 리디는 유명세를 이용해 라디오쇼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었다.

리디는 정계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1998년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후보 당선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다. 2007년엔 대선 후보로 선출된 매케인 의원이 리디가 진행하는 라디오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