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21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만났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13일부터 하와이의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일본, 한국, 인도를 차례로 방문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아프간에 들른 것이다. 미국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완전 철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내 이슬람국가(IS) 잔존 세력이 이날 테러 공격을 예고한 상태라 안전 확보를 위해 오스틴 장관의 방문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과 평화 합의를 체결했다. 2001년 시작돼 ‘미국의 가장 긴 전쟁'으로 불리는 아프간전을 끝내기 위해 탈레반의 ‘평화 약속'을 대가로 미군을 철수시키는 내용이었다. 미군의 해외 주둔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아프간에 있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군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합의했다. 합의 당시 1만2000명이었던 미군은 단계적으로 철수해 현재 3500여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군의 완전 철수 시한인 ‘5월 1일'을 지켜야 하느냐가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다. 탈레반의 모호한 ‘평화 약속' 외에 미군 철수 후 아프간의 치안과 안정을 담보할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아프간의 현실을 본다면 탈레반이 (평화 유지란)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 시한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잭 리드 상원 군사위원장도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더 많은 테러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철군 시한) 연장을 기대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미군의 완전 철수 합의를 준수할지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17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5월 1일까지 남아 있는 미군 전원을 철수시키기는 “힘들 것(tough)”이라고 했다. 다만 철군 시한이 연장되더라도 “아주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지난 19일 미군이 시한 내로 모두 철수하지 않으면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이나 동맹군, 아프간 정부를 향한 테러 공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런 논란 속에 현지 상황을 점검하러 아프간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들에게 “(철군) 조건이 충족되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아프간의 폭력 수준이 상당히 높은 채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폭력이) 줄어든다면 정말 내실 있는 외교를 위한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