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된 뒤 미국에 인도된 50대 북한 남성 문철명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구금하에 워싱턴D.C.에 있다고 AP통신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이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제3국에 거주하던 북한인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제3국에서 김정은 정권을 위해 일하는 북한인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의 신병 처리 문제가 미·북 간의 첨예한 쟁점이 될 소지도 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가 이 남성을 미국에 인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19일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외교관과 가족을 모두 철수시켰다.
AP통신에 따르면 문은 2008년부터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적 물품 배송을 위해 위조된 서류를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이주 전 싱가포르에서 유엔 대북 제재에 의해 북한에 공급하는 것이 금지된 사치품을 조달해 평양으로 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앞으로 미국에서 이런 혐의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2019년 5월 돈세탁 혐의로 문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미국 측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말레이시아 당국은 즉시 그를 체포해 인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측의 인도 요청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미국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2년 가까이 말레이시아에서 재판받아 왔다.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그를 미국으로 인도하라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해 미국 측에 최종 인도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