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에서 연설을 갖고 “미국은 증오의 피난처가 될 수 없다. 우리 모두 함께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애틀랜타와 근교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6명 등 8명이 숨지는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동행했다.
바이든은 연설에 앞서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사실을 공개하며 “(만연한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했다. 이어 “너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거리를 걸으면서도 걱정해야 했고,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특히 아시아계 여성들은 아시아계 남성보다 괴롭힘과 폭력을 갑절로 겪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른 이후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급증한 것을 겨냥해 “말에는 결과가 따른다. 이건 ‘코로나 바이러스’인 것을 확실히 해두자”고 했다. 그는 “혐오와 차별은 우리나라를 괴롭혀온 못난 독(毒)”이라며 “이에 침묵하는 것은 범죄와 공모하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미 전역에선 애틀랜타 총격 희생자를 추모하고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가 계속됐다. 20일 애틀랜타 주의회 의사당 앞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주 벨뷰, 시카고 등에서 수백~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 ‘증오는 바이러스다’ ‘우리도 미국인이다’ 같은 팻말을 들었다. 19일 LA에선 한인 수백명이 차량 100여대를 동원해 ‘아시아계 증오 범죄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등의 문구를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LA·뉴욕 등 10대 도시 한인회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증오 범죄 방지 특위를 구성하고 한국계 위원을 선임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연방 의회에 계류 중인 증오 범죄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운동에 돌입했다.
앞서 애틀랜타 경찰은 “증오 범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이 인종 증오 범죄라는 혐의를 확정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통상 인종 증오 범죄로 기소하려면 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 게시물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범인 로버트 애런 롱(21)에게선 그런 언행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78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애틀랜타로 가기 위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세 차례 연속 넘어지듯 중심을 잃었다. 바이든은 몸을 추슬러 계단을 올라 거수경례를 하고 기내로 들어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은 100% 괜찮다”며 “당시 바람이 너무 심해서 나도 계단에서 넘어질 뻔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