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3일 대선을 치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 낮 12시 취임하기까지 78일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통상 12월19일에 대선을 치르고 당선인이 그 다음해 2월25일 취임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사실 많은 나라에선 당선인이 바로 취임한다. 내각제인 영국은 총선에서 이긴 정당의 대표가 1,2일 뒤 여왕을 만나고 새 내각을 출범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5월7일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뒤, 1주일 뒤인 5월14일에 취임했다.
◇150년간 3월4일이 취임식...당선인은 대선 후 4개월 기다려야
지금은 대선 뒤 10~11주 지나서 취임하지만, 1932년까지만 해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은 3월4일이었다. 대선 승리 후 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18,19세기 주요 교통수단은 말·마차인 반면에,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았고 통신 수단도 열악한 탓이었다. 선거 관련 정책이 각주(各州)와 주내(州內)로 전달되고, 13개 주 곳곳을 말을 타고 돌아다니며 투표함을 수거해 보고하기까지, 또 그렇게 선출된 대통령 일행이나 연방 의원들이 고향을 출발해 워싱턴 DC에 정착하기까지는 오랜 기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 대륙회의(Continental Congress)는 대통령 취임식을 날씨가 어느 정도 풀린 3월4일로 정했지만,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취임식은 4월30일에나 이뤄졌다. 그 해 강력한 겨울 폭풍 탓에, 많은 의원들이 워싱턴에 도착하지 못했다. 또 미국의 9대 대통령인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1841년 3월4일 궂은 날씨에도 2시간 가까이 취임 연설을 했고, 폐렴에 걸려 한 달 뒤인 4월 4일 숨졌다.
◇3월4일이 ‘일요일’일 가능성 가장 낮아서
대륙회의가 3월4일로 정한 배경엔 ‘일요일’ 요인도 있었다. 미 대통령 취임식 역사학자인 짐 벤닷은 “기독교 신자들이 대부분인 당시 정치인들은 일요일에는 공식 업무'를 보려 하지 않아, 대륙회의가 봄철에 일요일이 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날을 따져보니 3월4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1849년 대통령 취임일이 일요일이 되자, 미 의회는 고민에 빠졌다. 재커리 테일러 대통령의 취임식은 3월5일(월요일)로 하루 늦췄는데, 전임 대통령의 임기는 3월3일로 끝나 4일 하루가 비는 상황이 됐다. 당시 대통령직 승계 서열 3위인 상원의장 데이비드 라이스 애치슨이 4일 ‘1일 대통령’을 했다.
◇대공황 속에서도 4개월 기다려야 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당선인이 4개월이나 기다리면서, 국가적 위기에 신속히 대처하기가 힘들다는 비난이 계속 제기됐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0년에 당선하고 다음 해 취임하기까지 4개월 동안 7개 남부 주(州)가 이탈했고, 주 경계에 있던 연방정부의 요새들이 점령당했다. 당선인 링컨으로선 내전(內戰)인 남북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대공황으로 은행과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는데도, 1932년 허버트 후버(공화) 대통령과 프랭클린 루스벨트(FDR) 당선인(민주)는 거의 소통도 하지 않았다.
결국 ‘3월4일 취임식’을 150년간 지켜오던 미 의회는 1933년 도로·철도·자동차·전신·전화·라디오 등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을 반영해, 취임식을 이전보다 6주 앞당겨 1월20일로 확정하는 수정헌법 20조를 채택했다. 그런데도 2001년 9·11테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 위원회’(2004년)는 “2000년 11~12월 5주 간 얼룩졌던 대선 승자를 가리는 분쟁(조지 W 부시 vs. 앨 고어)이 결국 미국 정부가 테러 모의범을 효과적으로 색출하는 작업에도 지장을 초래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일요일 취임식 기피’ 현상은 계속 남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출범 때 1월20일이 일요일이 되자 그 날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블루룸에서 가족에 둘러싸여 조촐한 취임 선서를 했다. 대규모 취임 축하 행사는 다음날인 21일 월요일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