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납치 살해한 범인들을 추적해 복수를 한 미리암 로드리게스씨가 살던 집. 액자의 사진은 로드리게스씨. /뉴욕타임스 캡처

멕시코에서 딸이 갱단에 납치당해 살해당하자, 어머니가 총을 들고 살해범 10명을 추적해 감옥에 보낸 영화 같은 이야기를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딸의 복수를 이어가던 엄마도 탈옥한 갱단에 살해당했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와 미국 텍사스의 국경 지대인 산 페르난도에서 살던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딸 카렌(당시 20세)이 2014년 갱단에 납치돼 숨졌다. 로드리게스는 갱단이 요구한 딸의 몸값 수천 달러를 지불했지만, 딸은 돌아오지 못했다. 산 페르난도는 갱단 간 전쟁으로 수십 명이 한꺼번에 죽고 납치당해도 뉴스도 되지 않는 곳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멕시코의 인구 10만명당 살인 사건 비율은 2018년 기준 29건이다. 미국(5건), 한국(0.6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실종자는 매년 7만명이 발생한다. 마약 등 이권을 노린 갱단 범죄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도 피해자들을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다.

미국에서 유모를 하며 돈을 번 뒤 옷 가게를 하던 평범한 엄마였던 로드리게스는 직접 딸을 찾아 나섰다. 그는 처음엔 딸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갱단 조직원들을 만나 딸을 풀어달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 조직이 딸을 데리고 있지 않다”면서도 2000달러 주면 딸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 그 조직원을 ‘사마’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일러스트=이철원

돈을 보냈지만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의 복수’가 시작됐다. 그는 주변에 “나는 오늘로 죽었다. 그들(갱단)이 나를 죽여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딸의 페이스북부터 뒤졌다. 기억한 조직원 이름 ‘사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사마의 이름을 찾아낸 그는 사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머리를 자르고 빨간색으로 염색했다. 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위장해 주변 사람들을 만나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그 정보를 들고 관련 기관들을 찾아갔지만 모두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어렵게 그를 돕겠다는 연방 경찰관을 만났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연방 경찰은 NYT에 “로드리게스가 수집한 정보는 믿을 수 없는 수준(정확했다는 의미)이었다”고 했다.

경찰에 체포된 사마는 공범들 이름과 위치를 불었다. 그중엔 당시 18세였던 크리스티안 곤잘레스가 있었다. 곤잘레스는 로드리게스에게 카렌이 살해당하고 매장된 외딴 목장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곳에선 수십 구의 시체가 발견됐고, 그중엔 딸 카렌의 것으로 보이는 뼛조각도 있었다.

이후 로드리게스는 딸이 납치된 직후 목장 길목에 있던 식당에서 평소 알고 지냈던 엘비아 베탕쿠르트를 봤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베탕쿠르트는 납치 사건을 모르고 있다는 듯 행동했는데, 로드리게스는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로드리게스는 그의 뒤를 팠고, 그가 납치범 중 한 사람과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사 결과 카렌의 몸값으로 치른 돈 중 일부를 그가 받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로드리게스는 갱단을 떠나 꽃을 팔던 납치범, 이들과 공모한 소년을 교회까지 찾아가 잡은 뒤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꽃을 팔던 납치범을 잡을 때는 총을 꺼내 쏘겠다고 위협해 한 시간가량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3월 그가 잡은 살인범들이 수감돼 있던 교도소에서 대규모 탈옥 사건이 발생했다. 위협을 느낀 그는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그의 집 주변을 도는 정도에 그쳤다. 그해 어머니날(멕시코에선 5월 10일), 탈옥범들은 흰색 트럭을 타고 그를 미행했다. 그날 밤, 집으로 들어가던 그는 살인범들이 쏜 총을 맞고 숨졌다. 그의 나이 58세였다. 공권력 공백의 도시에서 생긴 비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