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딸이 갱단에 납치당해 살해당하자, 어머니가 혼자 용의자들을 하나 하나 추적해 감옥에 보내고 처벌한 영화같은 이야기를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년간 딸의 복수를 이어가던 엄마는 결국 탈옥한 갱단에 살해당했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와 미 텍사스의 국경지대인 산 페르난도에 살던 미리암 로드리게스씨의 딸 카렌(당시 20세)이 2014년 갱단에 납치당해 살해당했다. 로드리게스는 그들이 달라는 몸값 수천달러를 지불했지만, 결국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산 페르난도는 갱단간의 전쟁으로 수십명이 한꺼번에 죽어도 뉴스도 되지 않는 곳이었다. 갱단은 조직 운영비 마련, 혹은 심심풀이로 사람들을 납치하고 살해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씨는 달랐다. 그녀는 딸이 납치당했을 때 주변에 “나는 오늘로 죽었다. 그들(갱단)이 나를 죽인다고 해도 상관없다”며 복수를 다짐했다. 갱단이 무서워 눈물을 머금고 참고 있었던 다른 피해자들과 달랐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딸을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갱단 조직원들을 만나 딸을 풀어달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 조직이 딸을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지만, 2000달러를 주면 딸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때 누군가 그 조직원을 ‘사마’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딸이 죽었다는 걸 확신하자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녀는 ‘사마’를 찾기 위해 딸의 페이스북을 찾기 시작했다. 범인들이 딸과 안면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국 사마의 페이스북을 찾았다. 로드리게스는 사마의 주변을 염탐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빨간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리고 복지담당 하위 공무원으로 위장해 주변 사람들을 만나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그녀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한 멕시코의 연방경찰관에게 넘겼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연방경찰은 NYT에 “지금껏 그런 자료를 본 적이 없었다”며 “로드리게스가 수집한 세부사항과 정보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후 사마는 체포됐다.
구속된 사마는 공범들의 이름과 위치를 불었다. 그 중엔 당시 18세였던 크리스티안 호세 곤잘레스가 있었다. 10대인 곤잘레스는 경찰 조사 중 겁을 먹었고 “엄마를 볼수 있나”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런 10대의 모습을 본 로드리게스는 딸을 죽인 공범임에도 밖으로 나가 치킨 한 조각을 사와 곤자레스에게 주었다.
곤잘레스는 치킨을 사준 로드리게스에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카렌과 다른 납치당한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매장된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범행 현장은 이미 한달 전쯤 멕시코 해병대가 갱단을 급습해 당시 6명의 갱단원들을 죽인 버려진 목장이었다. 그곳에선 수십구의 시체가 발견됐고, 그 중 딸 카렌의 것으로 보이는 뼛조각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범인들은 남아있었다. 로드리게스는 목장으로 드나드는 길목에 있던 한 식당을 지나가다, 딸이 처음 납치 됐을 당시 그 식당에서 평소 알고 지냈던 엘비아 베탕쿠르트를 봤던 것을 떠올렸다. 로드리게스씨가 당시 베탕쿠르트에게 인사를 하며 자신의 딸 카렌에 대해 들은 게 있느냐고 물었지만 베탕쿠르트는 전혀 모르는척 행동했다. 베탕쿠르트는 그 지역 매춘부의 딸로 로드리게스씨는 카렌이 입었던 옷 등을 물려줄 정도로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로드리게스의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베탕쿠르트가 카렌의 납치에 관여했고, 당시 그 식당에 있었던 이유는 망을 보기 위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이후 베탕쿠르트의 뒤를 파기 시작했고 카렌의 납치범 중 한 사람과 연인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납치범은 이미 다른 범죄로 수감된 상태였다. 이후 로드리게스씨는 베탕쿠르트가 그 납치범과 면회하는 지를 기다렸고, 면회를 갔을 때 경찰과 함께 체포했다. 수사 결과 카렌의 몸값으로 치른 돈 중 일부를 베탕쿠르트가 받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로드리게스는 이밖에도 갱단을 떠나 꽃을 팔던 납치범과 이들과 공모한 소년을 교회까지 찾아가 잡은 뒤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꽃을 팔던 납치범을 잡을 때는 총을 꺼내 쏘겠다고 위협해 한 시간가량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2017년 3월 문제가 터졌다. 로드리게스가 잡은 살인범들이 수감돼 있던 교도소에서 대규모 탈옥이 일어난 것이다. 위협을 느낀 로드리게스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그녀의 집 주변을 도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위축되지 않았고 범인들에 대한 추적을 계속했다. 그녀는 며칠간 차안에서 소변을 보며 잠복한 끝에 마지막 목표물 중 하나였던 여성을 붙잡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다.
그해 5월10일 어머니날, 탈옥범들이 탄 흰색 닛산 트럭이 로드리게스를 미행했다. 그리고 그날 밤 10시쯤 집으로 들어가던 로드리게스를 향해 13발의 총을 발사했다. 깁스를 한 로드리게스는 빨리 도망치지 못했다. 딸을 살해한 범죄자들에 대한 어머니의 복수는 어머니의 날 밤에 그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