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군 기지인 텍사스주 포트후드(Fort Hood)에서 최근 잇달아 살인·성폭력·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한 책임으로 미 육군 고위 장교 14명이 해임·정직 처분을 당했다고 CNN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육군은 텍사스 포트후드 기지에서 장성 2명을 포함한 고위 장교 14명에 대해 해임하거나 정직 처분을 내렸다. CNN은 육군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번 징계는 미국 육군이 단행한 징계 조치로는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아울러 미 육군은 이 기지에서 벌어진 지도부의 만성적인 관리 실패가 살인과 성폭력·성희롱을 포함한 만연한 폭력 양상으로 이어졌다며 이를 해소할 규정 변경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여군 바네사 기옌(20)이 지난 4월 22일 실종된 지 두 달 만인 6월 말 토막난 시신으로 발견된 뒤 본격화한 것이다. 기옌은 실종 전 가족과 친구들에게 “상관 2명이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기옌은 근무지에 있는 병기고에서 망치로 구타 당해 숨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옌을 성추행하고, 살인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동료 부대원 애런 로빈슨(20)은 수사가 계속되자 7월 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미 전역에선 기옌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소셜미디어엔 ‘#내가 바네사 기옌이다’ ‘#ME TOO’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미국 내 참전용사 등 4000명이 국방부와 의회에 기옌 사건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군이 성희롱·성폭행을 예방하거나 피해자와 생존자를 돕기 위해 충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성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포트후드 기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대해 “지도력 실패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며 “(포트후드 지휘관들이) 모든 군인을 존엄성과 존경심으로 대우하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독립적 조사위는 이 기지에서 성희롱·성폭행에 대한 대응·예방 프로그램이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하고 사건의 보고 누락 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로 공식적인 징계 조처가 내려질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