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자신의 첫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에 대해 사면(pardon)을 발표하면서, 트럼프가 퇴임 후에 겪게 될 온갖 민·형사 소송에서 스스로를 구할 ‘셀프 사면(self-pardon)’을 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아이오와주에서 온 칠면조 '콘'을 사면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뉴욕주 검찰로부터 대출·보험 계약을 위해 기업 가치를 부풀리고 탈세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며, 2명의 여성으로부터는 성폭행 피소(被訴) 상태다. 또 2016년 대선 때에는 혼외정사를 벌인 두 여성의 입을 막으려고 선거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는 등 9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지금까지는 면책특권 조항에 따라 기소되지 않았다. 이 보호 장치가 사라진다고, 바로 그가 기소되거나 유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퇴임한 트럼프로선 법적으로 취약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퇴임 후 기소를 막으려고, 자신을 미리 사면(prospective self-pardon)’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은 놀랍게도 애매하다. ‘전례(前例)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가 “이해 상충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미 대통령의 ‘셀프-사면’은 가능하며 결국 대법원이 최종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의 ‘사면을 승인한다’ 동사(動詞)는 본인에게 사용 불가”

미 헌법 2조2항은 “미 헌법은 대통령에게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에 대한 범죄에 대해 형 집행유예나 사면을 승인할 권한(the authority to grant reprieves and pardons)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법대의 에릭 멀러 교수는 지난 24일 애틀랜틱 몬슬리 기고문에서 “헌법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명시한 동사가 ‘사면하다(pardon)’가 아니라 ‘승인/허락하다(grant)’를 쓴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사면을 ‘승인/허락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으며, 미 건국 당시나 1997년까지의 영미권 문헌·사전·어법에서도 grant가 스스로에게 쓰인 용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 헌법에서 동사 grant가 쓰인 여러 조항을 봐도 “이 헌법에 부여된(granted) 모든 입법 권한은 연방 의회에 속하며”(1조 1항) “미국은 어떤 귀족 칭호도 승인하지 않는다”(1조 10항)과 같이 한결같이 한 주체가 다른 주체에게 행하는 타동사로만 쓰였다. 1921년에 가서야 “자신에게 하루 8시간 미만의 수면을 허용하는(grants himself) 젊은이는 그만큼 생기를 스스로에게서 박탈하는 것”이란 영어 표현이 나온다.

또 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6일 “헌법의 대통령의 사면권은 연방 범죄(Offenses against the United States)에만 해당돼, 현재 트럼프를 상대로 제기된 각종 의혹과 소송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셀프 사면은 이해 상충?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4일에도 “수많은 법학자들이 말했듯이, 내게는 자신을 사면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그런 조치를 취하겠는가”라고 트윗한 바 있다. 당시 많은 미국 학자들은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헌법 작성가들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셀프 사면’은 헌법상 회색지대”라는 의견이었다.

1974년 8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하기 4일 전, 미 법무부 법률고문실의 부(副)실장 메리 로턴은 “어느 누구도 스스로의 판사가 돼선 안 된다는 법의 원칙에 따라 닉슨 대통령은 자신을 사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닉슨은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의 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민주)에 대한 탄핵기소 여부를 다루던 하원 법사위에서 당시 공화당 의원하원 밥 굿래트는 “일반적인 의견은 대통령이 스스로를 사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일대 법대 부학장이었던 아샤 랑가파는 “사면의 핵심은 타인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셀프 사면은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1915년의 미 연방대법원 판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리 셀프 사면을 하고 나서, 어떤 형식으로든 기소된다면 연방대법원이 개입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 의회조사국(CRS)는 2017년 8월 “셀프 사면은 헌법상 미(未)합의된 문제로, 대통령이 실제로 셀프 사면을 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트럼프, 퇴임 직전 사임 후 펜스 부통령이 승계 후 ‘사면’ 행사?

이론 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20일 공식 퇴임일 전에 사직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 직을 물려받아 헌법상의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포드 부통령이 승계한 뒤, 닉슨을 모든 연방범죄에 대한 기소로부터 구해주는 사면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2024년 대선 도전을 꿈꾸고 있는 펜스가 과연 트럼프를 위해 그런 막대한 정치적 희생을 치르겠느냐는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