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월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고 있다. /EPA 연합뉴스

80세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제117대 미 의회(2021~2022년)에서 하원의장으로 재추대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78세인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 정권은 ‘초고령 지도부’로 꾸려지게 됐다.

미 민주당 하원은 18일(현지 시각) 공식 트위터를 통해 “다시 한번 하원 민주당의 용감한 지도자, 제117대 의회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펠로시 의장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대선 직후 하원의장 재출마 입장을 밝혔고, 이날 온라인 선거에서 도전자가 나오지 않아 재추대됐다. 미 권력 서열 2위인 부통령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 이어 3위인 하원의장도 여성이 차지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내년 1월 하원 본회의에서 정식 선출만 남겨 두게 됐다. 이날 현재 민주당은 AP통신 집계 기준 하원의 과반(218석)을 넘은 221석을 확보해 펠로시 선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신인 펠로시는 볼티모어에서 연방 하원의원을 했던 아버지를 보며 정치의 꿈을 키웠다. 남편을 따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뒤에도 정치에 계속 도전했고, 1987년 샌프란시스코 하원의원이던 샐라 버튼이 암으로 숨지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펠로시는 2002년 말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돼, 민주당의 1인자로 떠올랐다. 여성으로선 첫 미국 주요 정당 지도자였다. 펠로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여성 최초 하원의장이 됐고, 이후 민주당이 2018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2019년부터 다시 하원의장을 맡았다. 펠로시가 내년 1월 정식 선출되면 하원의장만 4번째다. 그가 2022년까지 민주당을 이끌 경우 약 20년간 민주당 1인자의 지위를 지키는 셈이다. 펠로시가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막대한 후원금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도 장기 집권의 한 배경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펠로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올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때 연설문을 찢어버리기도 했고, 백악관에선 트럼프와 삿대질을 해가며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펠로시의 이 같은 ‘장기 집권’이 민주당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펠로시의 이미지가 트럼프보다 안 좋기 때문이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한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트럼프의 호감도는 41.6%지만, 펠로시는 36.6%에 불과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공화당은 선거 광고에서 오바마보다 펠로시의 얼굴을 더 많이 사용해 민주당을 공격했다고 시사지 애틀래틱은 보도했다.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도 펠로시가 이끈 민주당은 사실상 패배했다. 선거 전까지 미 언론들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원에선 과반(51석) 달성에 실패했고 하원은 과반(218석)을 겨우 넘겼다. 현재 민주당 하원 의석이 232석인 것을 감안하면 의석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