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 주 의사당 밖에서 선거 결과에 항의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동남부의 조지아주가 최근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플로리다 바로 위에 있는 조지아주는 본래 공화당 텃밭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28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에 간발의 차로 승리를 안기면서 이른바 경합주가 됐고, 향후 연방 상원의 다수당을 공화·민주 양당 중 어디가 차지하느냐를 가르는 최종 승부처로도 떠올랐다.

지난달 12일 조지아주 대선 사전투표에 쏟아져나온 인파. 보수 텃밭 조지아주에선 이번에 흑인 등의 높은 투표율로 28년만에 처음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겼다.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대선 개표가 98% 이뤄진 조지아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불과 1만4000여표, 0.3%포인트도 안 되는 차이로 앞선 상태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이곳의 최종 결과가 바이든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조지아는 공화당 텃밭인 ‘바이블 벨트(Bible belt·보수 기독교 교심이 지배하는 곳)’의 핵심으로, 1992년 이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지아가 28년 만에 최대 경합주로 바뀐 것은 의미심장하다”면서, 대도시 애틀랜타 등을 중심으로 흑인·아시아계와 젊은 인구 유입이 늘어난 것을 표심 변화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조지아엔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들도 최근 많이 진출하고 있다.

조지아 주정부는 대선 결과가 박빙이었던 것을 감안, 500만여 표를 일일이 손으로 재검표해 20일까지 최종 결과를 공표하겠다고 1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공화당 소속인 브래드 레펜스퍼저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조지아의 기계 검표는 정확했고, 결과가 뒤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수개표는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이 패배한 모든 주에 개표 관련 소송을 거는 상황에서 선거 관련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재검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 재검표를 통해 승패가 정해지면 이후 패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재검표를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조지아주는 주법상 격차가 0.5%포인트 이하면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다.

조지아주의 브래드 라펜스퍼거 국무장관이 11일 애틀랜타 주정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투표를 수개표로 재검표 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그는 공화당으로부터 극심한 압박을 받아왔다.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사실 대선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 1월 5일 치러질 조지아의 연방 상원의원 결선이다. 지난 3일 상원 선거 결과 100석 중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각각 확보했는데, 조지아주의 2석 결과만 미정이다. 조지아의 두 지역구에서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앞섰는데, 둘 다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조지아 주법에 따라 결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1월 상원 선거구 2곳 결선을 앞둔 조지아에 공화당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민주당의 맹추격을 받는 공화당 소속 켈리 로펠러 상원의원(왼쪽 빨간옷 여성)의 유세에, 또다른 선거구의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의 부인(연단에 선 여성)이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인근 플로리다의 중진 의원인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이 참석해 지켜보고 있다.(가운데 하늘색 넥타이 맨 남성)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공화당은 조지아에서 1석만 가져와도 51석으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야당이 돼도 바이든 정부를 입법·인사 모든 면에서 강력히 견제할 힘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공화당이 앞선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불과 1.7%포인트 차로 맹추격했다. 공화당으로선 두 곳 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당 핵심 지도부가 벌써 조지아로 달려가 남은 상원 2석 쟁탈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대선 불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지아 상원 선거 때문”이라고 했다. 공화당이 지금 대선 승복을 선언할 경우 조지아의 보수층 결집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1월 초까지는 대치 정국을 이어나가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