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한 남성이 "Q"란 글자가 적힌 깃발을 몸에 두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악마를 숭배하는 아동성애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엘리트 조직에 맞서 미국과 세계를 수호하는 영웅이라고 믿는 '큐어논' 음모론이 유행하면서 "Q"는 이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기호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웅시해 온 음모론 ‘큐어논'(QAnon) 신봉자들이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큐어논 신봉자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 ‘8kun’에 “우리 모두 속은 거냐?" “내 믿음이 흔들린다”는 등의 글이 게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큐어논 음모론을 처음 퍼트린 ‘Q’란 가명의 네티즌이 미 대선 당일부터 8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어, “Q는 모든 신빙성을 잃었다”고 비난하는 사람마저 나오고 있다.

큐어논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0월부터 ‘Q'란 이니셜을 쓰는 익명의 네티즌이 백인우월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의 한 극우 사이트에서 퍼트리기 시작한 음모론이다. 큐어논은 ‘Q’와 ‘Anonymous(익명의)'를 합친 말이다. 이 음모론자들은 민주당 지도부와 정·재계의 많은 엘리트가 악마를 숭배하는 소아성애자들이며, 이들이 미 정부 내의 관료 집단인 ‘딥 스테이트(Deep State)’를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때를 기다렸다가 이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하고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큐어논 신봉자들은 믿는다.

아무 근거 없는 음모론이지만 큐어논 신봉자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 ‘Q’라고 적힌 깃발이나 팻말을 들고나오는 지지자들도 생겨났다. 지난 3일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큐어논을 신봉하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46) 공화당 후보가 조지아주 제14선거구의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 했다. 대선 직후까지 큐어논 신봉자들은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가시화되고, Q가 새로운 글을 게시하지 않으면서 큐어논 신봉자들 중 의구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한 신봉자는 ‘8kun’ 게시판에 “어떻게 하면 Q와 대화할 수 있나? 내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난 계획대로 따랐는데 트럼프가 졌다”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신봉자는 “나는 Q 때문에 아내와도 헤어졌는데 우리가 제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는 우리를 버렸다”고 분개했다.

큐어논을 연구해 온 트래비스 뷰는 워싱턴포스트에 많은 큐어논 신봉자가 여전히 트럼프가 소송을 통해 재선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바이든이 내년 1월 20일 취임하면 큐어논 신봉자들에게는 지금까지 없던 엄청난 인지 부조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