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세계 최고급 호텔 체인 ‘포시즌스 호텔’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 자신의 선거캠프 변호인단이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줄 알고 회견 일시와 장소를 알렸는데, 알고 보니 실제 회견 장소는 포시즌스 호텔과 이름만 비슷한 조경 업체 주차장이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7일(현지 시각) 오전 9시 35분 트럼프가 올린 트윗 글이었다. ‘오전 11시 필라델피아 포시즌스 호텔에서 변호인단 기자회견’.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두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포시즌스의 랜드스케이핑!’ ‘오늘 대규모 기자회견이 필라델피아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에서 있다. 오전 11시 30분!’ 그런데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은 필라델피아 북동부 변두리에 있는 현지 조경 업체의 이름으로, 한국어로 풀이하면 ‘사계절 종합 조경’ 정도 된다.
포시즌스 호텔도 선을 긋고 나섰다. 포시즌스 호텔 필라델피아 측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은 호텔과 아무 관련 없는 곳에서 열린다’고 공지했다.
실제 변호인단 기자회견은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 주차장에서 열렸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이 나와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했다. 연단 뒤편은 트럼프 응원 플래카드 등으로 채워졌지만, 주변은 몹시 초라했다고 미 매체들은 전했다. 이곳 주변에는 성인책방과 화장장이 있다.
미 대통령 변호인단 기자회견이 이런 곳에서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인터넷상에서 쏟아졌다. ‘예약 실수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뉴욕타임스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줄리아니 등이 트럼프에게 전화로 장소를 알렸는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오해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당의 아성으로 통하는 필라델피아에서 트럼프 캠프 측이 제대로 된 곳을 예약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포시즌스 토털 랜드스케이핑 측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 캠프가) 왜 여기서 (회견을) 하길 원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해프닝을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우스꽝스러운 사건” “(조경 업체 주차장은) 저열한 이 정부가 끝을 맞이하기에 완벽한 장소” 등의 조롱을 쏟아냈다. 진보 성향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 출마 선언을 뉴욕 맨해튼 트럼프 타워 로비에서 화려하게 했다는 점을 들어 “황금빛 로비에서 시작된 트럼프의 대통령직은 조경 업체 주차장에서 끝났다”며 “쪼그라든 회견장은 미국의 트럼프 시대의 종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