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위한 정권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대선 불복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에 관계없이 시급한 코로나 대응과 새 정부 출범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당선 확정 후 첫 일요일인 8일(현지 시각) 평소와 마찬가지로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집 근처 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가했다. 딸 애슐리와 숨진 장남 보의 아들인 손자 헌터가 함께했다. 이후 그는 인근의 가족 묘지로 이동해 2015년 숨진 장남 보의 무덤을 찾아 손자 헌터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 1972년 교통사고로 숨진 자신의 첫째 아내와 딸의 무덤을 찾았다. 자신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을 먼저 떠난 가족들에게 알리려는 듯했다. 바이든은 10일에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라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이날 바이든은 특별한 대외 일정은 없었지만, 인수위 운영과 정책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인수위의 우선 과제는 새로운 코로나 대응팀 창설이다. 재선을 위해 방역보다 경제를 우선시했던 트럼프와 차별화해 바이든 행정부의 탄생을 알리고 ‘방역이 없으면 경제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미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4일 이후 매일 10만명을 넘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6일엔 사상 최고치인 13만20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누적 확진자 수도 이날 현재 1028만명에, 사망자 수도 24만명에 달한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은 비벡 머시 전 연방 공중보건서비스단장과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 마르셀라 누네즈-스미스 예일대 의대 교수 등을 공동 팀장으로 하는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표했다. 13명으로 구성됐다. 바이든은 이날 정권 인수위 홈페이지(BuildBackBetter.com)를 통해 코로나 대응과 경기 회복, 인종 평등, 기후변화 등 4대 국정 과제도 공개했다.
당연히 첫 순위는 코로나 대응이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 장소를 두 배로 늘리고 미국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무료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인수위는 특히 2차 세계대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만들었던 전쟁물자생산위원회처럼 ‘팬데믹 진단위원회’를 만들어 국력을 총동원한 물량 공세에 나서겠다고 했다. 2차 대전 당시 탱크와 비행기를 찍어내던 것처럼 수천만개 진단 기기와 코로나 장비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바이든이 ‘코로나 사령관’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코로나 확산을 추적하고 고령자와 고위험군 등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 인력 10만명을 새로 뽑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존재했던 국가안보회의(NSC) 세계보건안보 부서를 복원해 코로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코로나 우선 정책은 코로나 위기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경제 분야의 일자리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수위는 인종 평등과 관련해선 올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진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난 것을 감안해 경찰 개혁을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정했다. 또 기후변화 분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뿐만 아니라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이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은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상태지만, 취임식까지 남은 기간이 70여일에 불과해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 5월부터 이미 캠프 내에 인수위팀을 꾸려 가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위에는 최소 150명이 일하고 있는데 취임 전까지 규모가 300명 선으로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