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워싱턴 DC의 의사당에 통제선이 설치됐다. 바이든 정부가 야당이 장악한 상원 등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받아 들게 된 미 권력 지형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특히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회에서의 공화당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이 승리하긴 했지만 이번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예상보다 강고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심판론’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지만, 트럼프의 득표 수는 2016년 대선 때보다도 약 730만표나 더 많았다. 특히 트럼프는 농촌 지역과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의 강한 인기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바이든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만큼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크고 분열의 골이 깊다는 의미다. 만약 트럼프가 끝까지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발이 커질 경우, 바이든이 바라는 국민 통합과 안정적 국정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하나의 미국을 강조하지만, 인종과 성별, 계층과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긴 나라의 현실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실제 워싱턴 의회의 권력 지형도 바이든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하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는 유지할 전망이지만, 의석을 대거 공화당에 뺏겨 내용상 패배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8일 현재 상원 100석 중 공화 48 대 민주 48석을 확보한 가운데, 공화당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알래스카에서 2석을 추가할 전망이다. 조지아의 두 상원 선거구에선 양 당이 각 1명씩 우세를 보였는데, 모두 승자가 과반 득표하지 못해 주법에 따라 내년 1월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현재로선 공화 51 대 민주 49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총 435석이 걸린 하원에서 8일 현재까지 민주당은 215석, 공화당은 196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과반인 218석 이상으로 다수당은 유지하되, 현재 의석 232석에선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경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중심의 민주당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통상 미국에서 대통령이 새로 뽑힐 땐 의회 권력도 여당에 몰아줘 새 정권에 힘을 실어주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2008년 오바마 정권, 2016년 트럼프 정권이 탄생할 때 상·하원도 모두 여당이 휩쓸었다. 올해 결과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들은 “바이든은 이겼지만, 진보 정치는 패배했다”고 해석한다. 유권자들이 트럼프만 외과 수술하듯 제거했을 뿐, 보수 세력에 진보 정부를 견제할 힘은 의회를 통해 줬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회 선거에서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석권)’가 펼쳐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공화당이 약진한 건 민주당의 좌경화에 대한 견제 심리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나선 일부 좌파 시위대의 폭동과 경찰 공격을 방조해 중도층의 불안을 자극한 게 최대 문제였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상원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질 경우 바이든의 정책과 인사(人事)가 임기 초부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민주당의 코로나 관련 추가 부양안부터 건강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공약 등을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다. 또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공직 4000여개 중 1200여 자리가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초기 내각 구성부터 어려워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