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로 체포됐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달 8월 20일(현지 시각)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나와 벗은 마스크를 손으로 쥐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책사’ 스티브 배넌(66)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미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참수해 효수(梟首)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5일(현지 시각) 자신의 유튜브 팟캐스트 ‘워 룸’에서 파우치 소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을 참수해 이들의 머리를 백악관에 걸어놔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트럼프) 재선 임기 시작은 레이와 파우치를 해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서 “난 옛 영국 튜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다. 난 연방 관료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이들의 머리를 꼬챙이에 놓고 백악관의 두 코너 쪽에 갖다놓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따르든지 아니면 관두든지’”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5일(현지 시각) 자신의 팟캐스트 '워 룸'에 나와 "이들(파우치와 레이)의 머리를 꼬챙이에 놓고 백악관의 두 코너 쪽에 갖다놓을 것이다"고 발언 중인 스티브 배넌. /'워 룸' 영상 캡처
앤서니 파우치가 지난 6월 의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심각성을 부각하는 파우치와 종종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30일 파우치가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를 ‘경제 회복’의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공중 보건’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트럼프의 ‘역린’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자, 트럼프 측의 불만은 최고조로 커졌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 도중 군중들이 “파우치를 해고하라”고 외치자 “선거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 온 FBI에 대해서도 ‘미수에 그친 쿠데타 시도’라며 몰아붙여왔다.

2017년 1월 백악관 행사에서 얼굴을 맞댄 채 이야기 중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 /로이터 연합뉴스

5일 이 같은 발언이 나간 뒤 트위터는 배넌의 팟캐스트를 영구적으로 중지시켰다. 트위터 측은 “이 계정은 폭력에 대한 트위터 규정을 어겼기에 영구적으로 중단된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문제의 발언이 나간 해당 회차를 삭제했으나, 나머지 회차는 그대로 남겨뒀다. 다만 배넌 측은 유튜브에 일주일간 새 회차를 업로드할 수 없다.

논란이 일자 베넌 측은 “배넌은 어떤 종류의 폭력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배넌의 언급은 과거 영국 튜더 시절을 빗대 은유적으로 이뤄진 것이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