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초박빙’ 상황이 벌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먼저 입장을 밝힌 것은 바이든 후보였다. 3일 밤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개표를 지켜보던 그는 자정이 넘은 시각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의 경합주에서 공화당 강세인 시골 지역과 현장 투표가 먼저 개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4일 0시 30분쯤 윌밍턴 시내 체이스 센터의 연단에 바이든 후보가 아내 질과 함께 오르자, 지지자들은 차량 경적을 울리며 환영했다. 마치 승리 선언을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바이든 후보는 “여러분의 인내심은 칭찬할 만하다"며 “이것(개표)이 길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음 날 아침 이후까지 늦어질 줄 누가 알았겠냐”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현재 상황이 좋다고 느낀다. 우리가 이번 선거를 이기는 길에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여기 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편 투표 때문에 이것(개표)이 보통 때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의 ‘조기 승리 선언’이 나오는 것을 막으려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나든 도널드 트럼프든 누가 이겼다고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 강세인 도시 지역과 우편 투표가 모두 개표될 때까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바이든은 “위스콘신과 미시간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고 개표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우리가 크게 앞서고 있지만 그들(민주당)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 그러도록 절대 내버려둬선 안 된다”면서 “투표소 문이 닫힌 뒤에 표가 던져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오늘 밤 성명을 낼 것”이라며 “큰 승리(A big WIN)!"라고 했다. 우편 투표가 개표되면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먼저 승리 선언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트위터는 “그들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는 글이 선거 절차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트럼프의 트위터 글을 보이지 않도록 처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연설 2시간쯤 뒤인 4일 새벽 2시 21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뒤 이스트룸에서 함께 개표 방송을 보고 있던 참모와 지지자들은 연단에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를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할 때는 승리의 찬가 같은 음악이 흘러 나왔다. 승리 후 수락 연설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만 명이 우리를 위해 투표했다. 매우 서글픈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 권리를 박탈하려 하는 데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큰 축하를 할 준비가 돼있었고 모든 것을 이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단됐다”고 했다. 경합주인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 일부 카운티에서 개표원들이 우편 투표를 밤샘 개표하지 않고 일단 퇴근해 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 선거를 이길 준비가 돼있었다. 솔직히 이 선거를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목표는 (선거의) 온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고 모든 개표를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경합주에서 진행 중인 우편 투표 개표를 중단시키겠다는 뜻이다. 그는 “새벽 4시에 그들이 투표용지를 찾아내서 집계에 더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길 것이고 내 생각에는 이미 이겼다”고 했다. 우편 투표 개표가 계속되면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해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이날 낮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선거본부를 방문해서도 “(대선 사흘 후까지 개표를 인정한) 대법원의 펜실베이니아에 대한 결정은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사전에 투표를 하도록 하더라도 집계는 (곧바로)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