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를 민주당이 모두 휩쓸 것이라던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 물결)’ 전망은 일단 보류됐다.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 유지만 확실하고, 상원은 공화당 과반이 유지될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4일 오전 8시(한국 시각 밤 10시) 현재 상원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경합 지역에서 접전을 펼치면서, 공화당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수성(守城)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이 47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이었다. 이번 선거는 100곳 중 3분의 1인 35곳에서 열리며, 이 중 공화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가 23곳, 민주당 현역인 곳이 12곳이었다. 이 중 경합 지역 7곳이 모두 공화당 지역구로, 민주당은 4곳만 빼앗아오면 과반 의석을 달성할 수 있는 구도였다.
그런데 상원은 현재까지 개표 결과 공화당이 기존 의석까지 더해 총 47명, 민주당이 47명을 확보해 동률이다.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을 2석 빼앗아오고, 공화당이 민주당 의석을 1석 빼앗아오며 혼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위태로웠던 콜로라도와 애리조나의 공화당 지역구만 민주당이 탈환한 상태다. 콜로라도는 89% 개표된 상황에서 미 정계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 존 히켄루퍼 전 주지사에게 10%포인트 차로 뒤져 패배가 확정됐다.
반면 주인이 바뀔 수 있다던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아이오와는 공화당 현역 의원이 여론조사 전망을 뒤엎고 수성에 성공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이 91% 개표 결과 14%포인트 차로 민주당 도전자를 크게 따돌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아이오와의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도 6%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메인의 수전 콜린스 공화당 의원도 패배 우려를 딛고 개표에서 앞서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 탄핵, 보수 대법관 인준 등의 핫 이슈를 두고 공화당의 단일 대오를 이끌어온 ‘민주당 저승사자’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켄터키에서 7선에 성공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남부 앨라배마의 더그 존스 상원의원이 공화당 도전자에게 23%포인트 차로 완패하면서 의석을 1석 잃었다.
그간 월가 등에선 이번 선거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통령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상원을 공화당이 수성하는 경우로 꼽았다. 바이든의 국정 운영을 야당이 사사건건 방해, 정국 대치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이 돼도 정국 불안은 커진다.
하원은 기존 의석이 민주당 232석, 공화당 197석으로 민주당 과반이었다. 4일 현재 민주당이 190석, 공화당이 181석을 확보했고, 64개 지역구에서 경합 중이다. 폭스뉴스는 민주당이 기존 의석에서 최소 7~8석을 추가해 다수당 지위를 굳힐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 좌파의 아이콘인 뉴욕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비롯한 유색인종 여성 초선 의원 ‘4인방’이 다 재선됐다.
한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장 선거에 또 나설 전망이어서, 하원의 펠로시 체제도 지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대선과 상원 선거에서 모두 패배 시, 당 일인자인 펠로시를 중심으로 트럼프 정권 견제에 나설 전망이다. 바이든이 당선되고 상원 장악엔 실패할 경우에도 민주당은 하원을 중심으로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