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4년만 집권하는 단임(單任) 대통령은 드물다. 그러나 부통령 출신 대통령은 더욱 드물다.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보다 높은 셈이다.
지난 230년간 미국 대통령 44명 중 재선(再選)에 실패한 이는 10명뿐이다. 그만큼 현역 대통령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한다. 미국은 정치권 ‘물갈이’보다는 정권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1932년부터 1976년까지 44년간, 암살당한 존 F 케네디를 제외하곤 모든 대통령이 재선됐다. 세계대전·냉전 등 큰 위기 속에서 현직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정서가 더 크게 발휘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단임 대통령이란 기록은 ‘치욕’이나 다름없다. 단임 대통령은 대개 경제에서 심각한 실패를 한 경우였다. 중동발 석유파동과 경기침체가 덮쳤던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실업률 9%란 성적 속에서 재선에 실패했고,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도 실업률이 8%에 육박해 재선 실패의 기록을 썼다.
가장 최근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28년 전인 1992년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였다. 부시는 걸프전 승리를 발판으로 임기 초 지지율이 90%에 육박했으나, 외치 성공이 국내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민주당 40대 후보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구호로 부시를 무너뜨렸다.
또 역대 부통령 48명 중 17명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지만, 성공한 경우는 5명에 불과했다. 5명 중 3명은 건국 초기 사례였고, 현대에선 리처드 닉슨, 조지 H W 부시 둘뿐이다. 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이미 정권 2인자로 장기간 노출돼 대중에게 식상하게 느껴진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