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 DC 대주교를 거쳐 미국의 첫 흑인 추기경으로 카톨릭 교회를 이끌게 되 윌튼 그레고리. /연합뉴스

미국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추기경에 처음으로 흑인이 임명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 시각) 미국의 윌튼 그레고리(72) 워싱턴 DC 대주교를 포함한 각국의 추기경 13명을 새로 임명했다.

미국이 올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은 상황에서 첫 흑인 추기경 임명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인 호세 고메스 LA 대교구장은 성명에서 “교황이 미국 교회에 희망과 포용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 성인 중 가톨릭 신자는 약 20%(5100만명)다.

그레고리 신임 추기경은 지난 5월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격화된 사회 갈등 해결에 앞장선 인물이다. 특히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지시하고 천주교 시설인 세인트 폴 2세 국립 성지를 방문해 사진을 찍자, “가톨릭 시설이 모든 이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종교 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오용되고 조작되는 것은 당혹스럽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그레고리 추기경은 가톨릭 교계 내 성추문에 대한 무관용 원칙 수립, 동성애자 포용, 기후변화 대응 등에 앞장서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제에 발맞춰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해 성추문으로 사퇴한 수도 워싱턴 DC 대주교의 후임이 됐다. 시카고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손에 자랐으며, 1958년 백인들만 다니던 가톨릭학교에 입학한 지 6주 만에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