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미국에선 산타클로스 구경이 평소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로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 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산타클로스를 이용한 보건 정책 홍보 행사를 취소했다. ‘코로나 공중보건과 미국 재개방 발표회 및 홍보전’이라는 명칭의 이 행사는 산타클로스로 분장한 사람들이 코로나 백신을 일반인보다 먼저 맞은 뒤 백신 효과를 홍보할 계획이었다.
당초 행사에 2억5000만 달러(약 2822억원)를 들일 예정이었지만, 미 전역에서 코로나 확산 수준이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데다 백신이 성탄 연휴 전까지 대중에 보급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취소됐다.
이 행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클 카푸토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푸토 대변인은 코로나 방역정책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관계자들이 트럼프에 반대해 과학을 포기했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가다 역풍을 맞은 뒤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카푸토 대변인이 휴직한 사이 홍보 행사가 취소된 것이다.
또 영화배우 데니스 퀘이드 등 유명인사들이 정치활동 논란에 휘말릴까 우려해 행사에 불참하기로 한 것도 취소에 영향을 미쳤다. 퀘이드는 행사 참여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어처구니 없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비영리 친목봉사단체인 ‘진짜 수염이 달린 산타 형제회’(FORBS)는 산타 행사가 취소되자 실망을 드러냈다. 형제회 회장인 릭 어윈은 “2020년 이번 성탄절 행사는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이었는데, 지금으로선 실현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타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 소재 백화점인 메이시스에서도 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에 성탄절에 산타가 매장을 직접 방문해 아이들을 만나는 159년 전통을 깨기로 했다고 CNN이 전했다.
대표적 성탄 영화인 ’34번가의 기적′의 배경인 메이시스는 1861년부터 어린이들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이어온 이 행사를 가상현실로 대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