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신 여론조사를 평균 내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17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국 평균 지지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9%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그런데 아직 누구도 바이든의 승리를 자신하지 못한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대부분 여론조사가 틀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구 리얼클리어포리틱스 가 18일 현재 투표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리얼클리어폴리틱스 홈페이지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전국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2016년 미 대선 16일 전에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는 트럼프에게 5.3%포인트 차로 이기고 있었다. 대선 당일에는 차이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3.2%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사가 클린턴 당선을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전국 총 득표 수가 아니라 각 주(州)에 할당된 선거인단 획득 수에 의해 결론이 나는 미 대선 제도 때문이기도 했고, 민주당이 주류(중도)와 비주류(진보)로 분열돼 민주당원조차 힐러리에게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장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이 여론조사에 포착되지 않은 탓도 컸다.

이런 실패 경험 때문에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번 선거 이후 (조사)방법을 바꿨다”고 정치 분석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분석 자료에서 밝혔다. 특히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의 표본을 늘린 기관이 많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브래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6년의 가장 큰 문제는 학력 변수의 가중치였다”며 “과거에는 덜 교육받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2016년에는 상당수가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했다.

입소스나 퓨리서치센터 같은 여론조사 기관들은 나아가 인종별 그룹 내에서 학력 정도까지 나눠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지지율이 비교적 잘 나오는 주들은 대학 학사 학위를 갖지 못한 백인 인구가 많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입소스의 클리프 영 미국공공문제 담당 회장은 “올해는 우리 표본에 다양한 학력 계층과 인종 또는 민족이 반영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골로 갈수록 트럼프 지지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응답자의 거주지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는 여론조사 기관도 있다. 마리스트 칼리지의 리 미린고프 여론 담당 국장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이런 경향에 따라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 교외, 시골로 지역을 구분해 고루 응답을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기관들은 여전히 틀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지 의사를 공개하지 않는 유권자인 ‘샤이 트럼프’나 ‘샤이 바이든’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때문이다. 퀴니피액 대학의 더그 슈워츠 여론조사 담당 국장은 “코로나 급증 때문에 투표하러 가지 않는 유권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여론조사는 대부분 유권자 중 ‘투표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을 위주로 조사하기 때문에 만약 특정 지역과 계층의 투표율이 떨어지면 결과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