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등록 유권자 중 약 2220만명이 이미 사전 투표(early voting)를 마쳤다고 AP통신 등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중 1720만여명이 우편투표를 했고, 나머지 490만여명이 사전 투표소를 직접 찾아 투표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는 이 시기에 580만명 정도만 사전 투표를 했는데, 4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투표 당일 북적대는 투표소를 피하려고 하는 영향이 크다.
미국의 ‘사전 투표’ 방식은 주마다 다르다. 따로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모든 유권자가 우편 또는 투표소 방문을 통해 대선 선거일 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주가 적지 않다. 선거일 전후에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주도 많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는 사전 현장 투표와 우편투표를 모두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모든 등록 유권자에게 일괄적으로 우편투표 용지를 발송했고, 10월 5일부터 카운티별로 투표소를 열어 11월 2일까지 사전 투표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50개 주마다 각기 선거법이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미시시피주와 뉴햄프셔주에서는 누구나 사전 투표를 할 수 없고, 부재자 신청을 한 사람만 우편이나 현장 방문을 통해 선거일 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미국 중부에 있는 ‘캔자스시티’ 주민들은 주마다 다른 선거법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역 신문 ‘더 캔자스시티 스타’가 지난 14일 보도했다. 캔자스시티는 캔자스주와 미주리주의 경계선상에 있어 서쪽은 캔자스주, 동쪽은 미주리주다. 그런데 미주리주에선 선거일 전에 투표를 하려면 부재자 신청을 해야 하지만, 캔자스주는 누구나 사전 투표할 수 있게 허용한다. 이웃에 살고 있어도 투표 제도가 다른 것이다.
이처럼 주마다 다른 선거법 때문에 대선 후 분쟁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크다. 우선 우편투표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법이 주마다 다르다. 사전에 등록된 유권자 서명과 우편투표 용지의 서명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 무효 처리하는 주가 있는가 하면, 서명만 되어 있으면 크게 상관하지 않는 주도 있다. 대선 당일까지 도착하거나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만 집계하는 주가 있는가 하면, 대선 당일 소인이 찍혀 있으면 그 이후 도착해도 유효표로 집계해 주는 주도 있다. 만약 경합주에서 아주 근소한 차로 선거 결과가 갈릴 경우, 집계 범위와 시점을 정하기 위해 법정 투쟁까지 일어날 소지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