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대대적인 지명 발표 행사가 오히려 배럿 대법관 후보자의 상원 인준 절차를 꼬이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발표행사장. 참석자 150여 명이 마스크도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고, 배럿을 지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의회에서 그를 찬성 투표할 공화당 상원의원 2명도 이날 코로나에 감염됐다./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최측근, 연방 의원 등 150명이 참석한 이 발표장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애초 계획대로 11월 3일 대선일 전에 인준 절차를 완료하는데 필수적인 공화당 지지 의원 수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53대 47로 다수당이지만, 이미 알래스카와 아리조나 연방 상원의원 2명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스 대법관의 공석을 메우는 것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 참석한 4명의 상원 법사위 소속 의원 중에서 2명의 감염이 확인되고 추가로 1명이 워싱턴 DC의 다른 장소에서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로선 분명히 상원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데도, 막상 투표를 하면 표 계산이 애매해진 상황을 맞은 것이다.

◇상원 상임위의 투표 정족수에 ‘비디오 참석’ 포함할지 애매

미 상원 전체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3일부터 1주일간 계획에 없던 휴회에 들어갔지만, 상원 법사위는 인준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강행군’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공화)은 “오는 12일 예정대로 인준 청문회를 연다”고 밝혔다. 감염된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원격 비디오를 통해 인준 청문회에 참석할 수는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연방 하원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와중에, 의사진행 규칙을 변경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비디오 참석으로도 ‘출석 정족수’를 채우고 ‘투표’까지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 상원은 상임위의 인준 권고안을 상원 전체회의로 보낼지를 결정짓는 투표 시 필요한 ‘실제 출석(actually present) 정족수’의 개념에 비디오 참석 투표를 포함하느냐에 대한 합의가 없다. 미 상원 법사위는 모두 22명(공화 12명)이다. 따라서 2명의 공화당 의원이 감염으로 ‘출석’을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선 1명만 참석해 “실제로 출석한 의원이 과반(過半)이 안 된다”고 반대할 수 있다. 상원 법사위는 이전에 의원의 비디오 참석을 허용한 적이 있지만, 이는 투표가 아닌 청문회였다.

◇상원 전체 투표는 ‘반드시 본회의장에 참석해서 해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대표는 10월말까지 상원의 대법관 인준 투표를 마무리 지어, 트럼프가 선거에서 지더라도 미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성향을 6대3의 ‘보수 우위’로 확고히 하는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남긴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배럿 대법관 후보의 인준을 확정할 상원 전체 투표는 “반드시 본회의장에 참석해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을 바꾸려면, 전체 상원의 다수결 찬성을 필요로 한다. 현 상황에선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결국 상원 공화당을 총지휘하는 매코널 상원 대표나, 그레이엄 법사위원장으로선 민주당의 반대와 언론의 비판을 무시하더라도 관련 의사진행규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강행하거나, 코로나에 감염된 법사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낫기까지 최대한 인준 권고안 투표를 늦추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작정 늦출 수 없는 것이, 배럿 발표식에 참석했던 나머지 두 의원들(현재 선제적 자가격리)을 비롯해 공화당 상원의원들 중에서 추가로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선일이 지난 뒤에, 배럿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를 밟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전체 상원의원의 3분의1도 이번 대선일에 선거를 치러, 내년 1월3일이면 연방 상하원이 모두 새 회기를 시작한다. 여기에 트럼프가 지기라도 하면, ‘레임 덕(lame duck)’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매코널 상원 대표의 인준투표 독려에 얼마나 동조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