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하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판에 중대 변수로 등장했다. 안 그래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추격하기 바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재선의 최대 악재가 돌출했다는 평가다.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자신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확진 판정 사실을 알린 뒤 “우리는 격리와 회복 절차를 즉시 시작한다”며 “우리의 상태는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20분쯤 전용 헬기를 이용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의 월터 리드 군병원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를 타기 직전 취재진에게 엄지를 치켜올리기도 했고, 이후 트위터에 “나는 괜찮다”는 내용의 18초 분량 동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는 충격에 휩싸였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유세 일정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거나 온라인 행사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이날 대선 최대 경합주 중 하나인 플로리다를 방문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대선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 2주간의 격리기간을 가지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시간의 절반가량을 제대로 된 선거 유세를 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트럼프로선 경합주에서 바이든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플로리다·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 등 이른바 경합주 6곳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는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의) 이번 양성 판정은 전염병 대유행에서 최악의 국면이 지났다고 필사적으로 확신시키려는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지지층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바이든은 바로 경합주인 미시간으로 날아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애국자가 되자”고 연설했다. 트럼프가 발이 묶인 사이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