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8일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자 후보를 5명으로 좁혔다면서 오는 25~26일 최종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폭스TV 전화 인터뷰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의 장례식이 24일이나 25일 치러질 예정이기 때문에, 긴즈버그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위해 장례식이 끝난 후 후보자를 발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법관 지명 후보자) 5명이 모두 여성”이라고도 밝혔다. 미국 언론은 이 중 에이미 코니 배럿(48) 고등법원 판사·바버라 라고아(52) 고법 판사·앨리슨 러싱(38) 고법 판사 등 3명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모두 보수 법조단체가 추천한 인물로 트럼프 정권에서 연방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돼 ‘여성 대법관 후보 스펙’을 쌓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서 트럼프는 긴즈버그가 사망한 지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19일 “재능 있고 영민한 여성 대법관 후보가 아주 많다”며 조속한 후임자 임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는 지명 시점을 아예 긴즈버그 장례식 직후로 앞당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 TV토론(29일) 전 대법관 지명을 공식화하면서 6주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판의 관심이 ‘연방대법관 지명’ 이슈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에겐 대법관 인준이 유권자의 큰 관심사여서 보수표 결집에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초 코로나 사태 대처 실패 등으로 ‘트럼프 심판전’으로 여겨진 이번 대선의 초점을 ‘대법관 인준 선거’로 급전환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는 여성 유권자 지지율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리는데, 이번에 내세우는 여성 대법관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와 대적할 수 있는 ‘준(準)러닝메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공화당 일각에서 대법관 후보 지명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2016년 대선을 10개월 앞뒀다는 이유로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 성향 대법관 지명을 막은 전례가 있다. 이제 와서 말 바꾸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 만약 공화당에서 4명 이상 이탈표가 생기면 대선 전 대법관 지명이 무산될 수 있다.
민주당 바이든 측도 대법관 지명 이슈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은 올 초부터 “대통령이 되면 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을 지명하겠다”고 했고, 20일 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다만 그는 “긴즈버그 후임은 11월 대선 승자가 지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자신의 후보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날도 “내가 당선되면 트럼프의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