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재로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이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는 이른바 ‘에이브러햄 협정’을 체결했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 조상인 에이브러햄에서 이름을 따온 협정이다.
이날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서명식에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인 자격으로 참석해 함께 서명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와 수교에 합의한 것은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 이후 26년 만이다. 이스라엘과 UAE,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각각 양자 협정을 맺었고 이들 3국이 3자 협정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연설에서 “우리는 역사를 바꾸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완전히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은 “오랜 중동의 갈등과 불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협정이 알맹이가 없는 쇼라는 비판도 있다. 이스라엘과 UAE가 체결한 협정은 4페이지로 외교 관계 정상화와 금융, 의료, 관광 등의 협력을 기술했지만, 구체적인 대사관 개설 시기 등은 못 박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바레인과의 협정은 한 페이지짜리로 두 나라가 완전한 외교 관계를 맺기로 했다는 선언적 내용만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 앞서 “이스라엘과 5~6개 국가가 추가적인 평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아랍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바레인은 사우디와 가장 긴밀한 동맹으로, 사우디의 허락 없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분석했다. 오만·수단 등도 평화 협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외신들은 UAE와 바레인이 라이벌 국가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일단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정은 선거를 49일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협정은 (트럼프가) 평화의 중재자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로이터통신도 트럼프의 중요한 정치적 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