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와 오레건, 워싱턴 등 미 서부 10개 주를 휩쓴 산불은 15일까지 모두 460만 에이커(약 1만8600 ㎢)의 면적을 태웠다. 남한 면적(약 10만 ㎢)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지금도 87건의 대형 화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초대형(超大型) 산불의 원인을 놓고, 캘리포니아·네바다 등지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산림 관리 부실 탓”이라고 했고, 지역 주지사들은 “기후 변화(climate change) 탓”이라고 맞섰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아예 트럼프를 “기후 방화범”이라고 비난했다. 도대체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YONHAP PHOTO-3394> Firefighter Cody Carter battles the North Complex Fire in Plumas National Forest, Calif., on Monday, Sept. 14, 2020. (AP Photo/Noah Berger)/2020-09-15 15:15:56/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트럼프 “왜 산림국가 핀란드에선 이런 화재 없나” “마른 나무가 부싯깃 역할”

트럼프 대통령은 네바다 유세에서 “(원인은) 아주 단순하다. 기억하라. ‘산림 관리’”라고 했다. 말라 죽은 나무들이 제때 제거되지 않으니까, 결국 부싯깃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4일 “유럽의 오스트리아, 핀란드 같은 산림 국가에선 왜 이런 화재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관리 부실”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주장엔 일부 일리가 있다. 캘리포니아대의 산불 분야 전문가인 스캇 스티븐스는 “주내(州內) 곳곳에 죽은 나무들이 그냥 방치된 경우가 너무 많다”며 “수시로 통제된 상태에서 방화(放火)해 인화성 나무들을 사전에 제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불 전문가인 스테판 도어도 BBC 방송에 “북미 원주민들은 수세기 동안 산림의 일부를 불태워서 나무의 밀집도를 낮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핀란드는 캘리포니아주와 기후, 산림을 구성하는 나무의 종류, 임야 사용 면에서 달라 두 곳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캘리포니아 산림의 58%는 연방정부 소유

그러나 산림 관리 부실을 탓한다면, 미 산림국과 미 토지관리국, 미 국립공원관리국 등 연방 정부가 1차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캘리포니아 산림의 58%, 오레건 산림의 43%는 연방정부 소유이고, 이들 연방기관은 연방뿐 아니라 개인 소유 산림까지도 일부 관리한다. 주 정부 소유는 캘리포니아 산림의 3%, 오레건 산림의 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인과 기업, 북미 원주민들 소유다.

◇ 전문가들 “온난화가 빚은 지속적인 가뭄과 기온 상승이 근본 원인”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눈과 비의 강수량이 줄고 기온은 올라 건조해지면서, 근본적으로 불이 잘 번지는 조건이 형성됐다. 미 서부에서 발생한 최악의 화재가 1991년 화재 한 건만 빼고 모두 지난 10년간 발생한 것이 이를 방증(傍證)한다. 올해는 특히 유례없는 강풍과 장기간 가뭄이 산불 확산을 도왔다. 캘리포니아 주 사상 최대 산불 6건이 모두 올해 발생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변화는 진짜”라며 “(뜨거운 공기가 지표면 위에 갇히는) 이런 열 돔(heat dome)이 형성되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런 화재가 발생한다”며 기후변화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도어 교수도 “비록 일부 지역에선 산림의 인화성 물질들을 줄이려고 애썼지만, 올해처럼 극단적인 기상 조건이 초래한 이런 화재에선 산림 관리가 별 차이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