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장인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Cheshire Cat)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의 중견 언론인 밥 우드워드가 자신의 최신 저서인 ‘분노(Rage)’에서 밝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체셔 고양이는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고 순간 이동을 하고, 주변의 현실을 쉽게 왜곡할 수 있는 모순 덩어리의 고양이로, 극중 인물들을 미치게 만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이스라엘과 UAE 간 외교관계 정상화 소식을 발표하는 동안, 그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뒤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 이 외교관계 수립에는 사위 쿠슈너의 공이 컸다. /AFP 연합뉴스

쿠슈너는 또 우드워드에게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관리 스타일을 이해하려면, “어디로 갈지 몰라도, 어느 길을 택하든 목적지에 갈 것”이라는 체셔 고양이의 말을 의역해 소개했다.

◇"장인 트럼프는 100가지 다른 그림자"

우드워드는 쿠슈너를 “장인을 진정으로 믿고, 늘 충성하는 응원단장”이면서 “트럼프가 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쿠슈너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리 스타일을 “변덕스럽고 거짓말” “혼란스럽고 위험하다”고 하는 이들과 달리, 장인의 지속적인 번복을 “자산(an asset)”이라고 평했다. 상대방이 트럼프와 주도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계속 적응하며 변해야 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쿠슈너는 장인에겐 “100가지의 다른 그림자가 있다”며 “그에게 정보를 제한해 당신에게 유리한 대답을 얻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경쟁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이 결국 대통령에게 접근하게 되면 그는 이전 결정을 번복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주변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신나 기뻐할 때, 쿠슈너는 그에게 “아니오. 그건 '약한 예스(soft yes)”라고 충고했고, 실제로 반대파 의견이 트럼프에게 도달하면 양측은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슈너는 장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4개의 문구(texts)를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 우드워드는 “결코 사위가 자기 보스이자 장인의 기분을 맞추려고 좋게 묘사한 문구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1."트럼프는 미쳤지만...이게 먹힌다는 것이다"

쿠슈너가 우드워드에게 첫 번째로 소개한 이 문구는 미 공화당의 보수 논객인 페기 누넌이 2018년 3월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트럼프를 놓고, 우리는 최악으로 갈라졌다”는 제목의 칼럼의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 글은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한 글로, “미친 것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누넌은 트럼프를 “서커스 짓”이라고 했고, 공화·민주 기득권 세력에 불만이 쌓인 사회 계층이 보낸 워싱턴 DC에 트럼프라는 “살아있는 모욕”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2. “어디로 갈지 몰라도, 결국 어느 길이든 목적지로 이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의 최초 삽화/위키피디아

쿠슈너는 체셔 고양이가 말한 것을 의역해서, 우드워드에게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나 저자 우드워드는 “미 행정부에게 최선(最善)의 로드맵이 토끼 굴에 빠진 소녀를 다룬 소설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쿠슈너는 이게 얼마나 부정적인지 이해하고 있을까. 그도 트럼프 대통령직(職)이 흔들리고 방향 잃은 토대 위에 있다는 걸 기꺼이 인정하는 건가”라고 썼다.

3. “비서실장이 누가 되든, 트럼프는 트럼프일 것이다”

이는 미국의 다큐멘터리 필름제작자이자 작가인 크리스 위플이 쓴 ‘게이트키퍼:백악관 비서실장은 어떻게 대통령직을 규정하나’는 책에서 따온 것이다. 위플은 이 책의 저술 시점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지 1년이 돼가는 지금 분명해 보이는 것은 비서실장이 누구든 관계 없이 트럼프는 트럼프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썼다.

4. “허위 현실을 지어내도, 사람들은 나름의 논리가 있었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한다”

쿠슈너는 이어 만화 ‘딜버트’의 저자인 스캇 애덤스가 쓴 ‘크게 이기기(Win Bigly): 사실(facts)은 중요하지 않은 세계에서의 설득’이란 책에서 따온 이 말을 우드워드에게 추천했다. 애덤스는 “트럼프는 ‘의도적인 허위사실 설득’이란 기법을 사용하며 어떠한 현실도 고안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트럼프가 논리를 댔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반대파는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늘 하는 소리니까”라고 썼다.

우드워드는 저서 ‘분노’에서 “쿠슈너가 장인 이해 방법으로 소개한 4개 문구는 결국 ‘미치고, 목적 잃고, 완고하고, 조작에 능한’ 대통령을 묘사한다”며 “믿고 섬기는 대통령은커녕 자기 장인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느 누구든 이런 문구를 추천한다는 게 믿기 어려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