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학교에서 연설을 하기 전에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용실 실내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머리를 감은 뒤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영상이 공개돼 "방역 수칙을 어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3월부터 미용실 실내영업이 금지돼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실내영업이 금지된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용실에서 스타일링을 받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2일(현지시각) 폭스뉴스는 “펠로시가 문 닫힌 샌프란시스코의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머리를 감고 미용실 내에서 이동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3월부터 미용실 영업이 금지돼 있다가 1일부터 실외 영업만 재개된 상태다.

8월 31일 오후 촬영된 이 영상을 폭스뉴스에 제보한 사람은 미용실 주인 에리카 키어스였다. 키어스는 폭스뉴스에 “미용실 공간을 빌려쓰고 있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이 8월 30일 밤 연락이 와서 ‘내일 2시45분에 거기 갈 것이다. 펠로시의 보좌관이 머리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며 “나는 ‘지금 농담하는 거야?‘, ‘이걸 해야돼?라고 했다”고 말했다. 키어스는 또 “펠로시가 왔을 때 얼굴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아무도 실내에 들어오지 못해서 나는 일도 못하고 있는데 펠로시는 그냥 와서 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의장은 그동안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를 무척 강조해 왔다. 미용실 주인인 키어스는 이런 펠로시의 ‘이중잣대’를 알리기 위해 폭스뉴스에 실내 CCTV 영상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측은 “하원의장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현지의 코로나 수칙을 따른다. 이 업체에서 하원의장에게 월요일에 오라면서 샌프란시스코시가 한 번에 한 명의 고객은 응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의장은 미용실 측이 얘기하는 규칙을 따랐다”고 해명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헤어살롱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한 쪽 방에서 다른 쪽 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과 앙숙 관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친 낸시 펠로시가 다른 미용실들이 다 문을 닫고 있는데 미용실 문을 열게 하고 마스크도 쓰지 않아서 맹비난을 받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한테는 항상 (마스크를 쓰라고) 설교를 한 주제에”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도 되찾아와서 펠로시를 짐 싸게 만들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현재 미국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며, 하원의장은 다수당에서 맡는다. 만약 11월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다면 펠로시도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이후 펠로시의 헤어 스타일링을 해준 조너선 디나로가 다시 성명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디나로는 “6년 정도 이 미용실에서 일해왔고 정기적으로 미용실 주인인 키어스와 소통했다”며 “키어스에게 ‘당신의 허락이 없다면 펠로시의 예약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예약 하루 전 허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디나로는 또 “키어스가 (펠로시의) 이 예약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면서 “(방역수칙 때문에 그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는) 키어스의 주장과 달리 그는 자택대피명령과 실내영업을 금지하는 비슷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4월부터 미용실 영업을 해왔다”고 했다. 한 마디로 미용실 주인이 일부러 펠로시의 예약을 진행하도록 한 뒤 영상을 언론에 넘겨 함정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펠로시는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자주 방문했던 동네 미용실의 말을 믿은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면서 “미용실은 나를 함정에 빠트린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