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 거스 켄워시가 5일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일부 선수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림픽 헌장에 따라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정치·종교·인종 문제에 대한 시위나 의사 표현이 금지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다만 소셜미디어 등 경기장 밖에서의 의견 표명은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거스 켄워시(34)는 대회 개막식 직전인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조롱하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그가 눈밭에 소변으로 ‘fxxx ICE’(꺼져라 이민세관단속국)’라고 적은 욕설이 담겼다.

켄워시는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ICE가 우리 지역사회에서 아무런 견제 없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 연방의회에서 국토안보부 예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상원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하라”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촉구하면서 대본을 함께 제시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켄워시는 미국에서 자랐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남자 스키 슬로프스타일 미국 대표팀으로 참가해 은메달을 따냈으며, 2019년부터 영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켄워시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림픽 경기장 내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는 IOC 헌장 제50조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IOC는 “선수 개인의 SNS 게시물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며 유연한 입장을 내놨다.

거스 켄워시./ 인스타그램

최근 미국에서 ICE 요원의 강경 단속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 여파는 동계 올림픽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8일 미국 야후 스포츠에 따르면 미국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국가대표인 헌터 헤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데 복잡한 감정이 든다”며 ICE 사태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이 탐탁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국가 그 자체보다는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미국에 대해 좋다고 믿는 가치를 대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성조기를 달고 있다고 해서 미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헤스의 발언에 대해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 미국 아이스하키 금메달을 딴 마이크 에루지오네는 “국가가 아닌 가족과 친구를 대표한다는 선수가 있다고 들었다”며 “만약 그렇다면 미국 유니폼을 벗고 가족과 친구를 위한 유니폼을 맞춰 입어라”라고 저격했다. 에루지오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유명하다.

6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JD밴스 미국 부통령 부부./ AFP연합뉴스

앞서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밀라노에 마련한 미국 선수단 지원 장소 명칭을 ‘아이스 하우스’(Ice House)라고 지었으나, 최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명칭과 겹친다는 항의가 일자 지난 3일 장소 명칭을 ‘윈터 하우스’로 바꾼 바 있다.

ICE 요원들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JD 밴스 부통령 등 미국측 고위인사들의 경호를 지원키로 했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현지에서는 반대시위가 열렸다. 6일 열린 개막식에선 미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밴스 부통령 부부가 전광판에 비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