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음./뉴시스

일본 도쿄 지하철과 역사를 이용하는 남성 가운데 6명 중 1명이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SCMP는 최근 도쿄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54.3%가 지하철 또는 역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남성의 경우에도 피해 경험이 15.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도쿄도가 2023년부터 대중교통 내 성폭력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추진해 온 것이다. 이전 조사에서는 여성의 약 20%, 남성은 10% 미만이 추행 피해를 겪었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남녀 모두 피해율이 크게 상승했다.

츠쿠바대 하라다 다카유키 교수는 “남성 15%라는 수치에 매우 놀랐다”며 “일본 정부가 과거 실시했던 대중교통 이용 경험 조사에서는 피해율이 지속해서 더 낮게 나왔다. 대체로 5% 수준, 10%를 넘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교도소·정신건강 클리닉·병원 등에서 성범죄자들을 접해온 하라다 교수는 피해율 상승 배경에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봤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데 더 적극적으로 변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3년 쟈니 키타가와 사건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고 짚었다. 일본 아이돌 산업을 이끌어온 키타가와가 수십 년간 남자 연습생들에게 성적 학대를 일삼아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수백 명의 피해자들이 경험을 공개하는 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남성 피해 신고가 적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라다 교수는 남성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 “피해 사실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드러내는 것이 약함으로 보일까 걱정하거나, 스스로를 피해자로 정의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피해자의 44.1%는 가해자가 남성이었다고 식별했고, 42.5%는 여성에게 추행당했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가해자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하라다 교수는 본인의 임상 경험상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라며,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한 피해자 일부는 심리적으로 “여성 가해자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