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곰의 습격으로 곳곳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홋카이도 지역에서는 주행 중인 차량에 곰이 달려드는 영상이 포착됐다.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172㎞가량 떨어진 우라카와 마을의 한 목장주는 지난 7일 X(옛 트위터)에 “어제 오후 7시 30분쯤 목장으로 (차를 타고) 가던 직원이 다리 위에서 곰을 만났다”면서 영상과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에는 비 내리는 밤 도로 위에서 불곰이 갑자기 차량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운전자는 곰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히 후진했고, 곰은 차량 보닛을 덮친 뒤에도 계속 차를 쫓았다. 영상은 운전자가 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길이는 약 7초였다.
목장주는 “동영상 이상의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무사히 끝났지만 근처에 살거나 지나가는 분들은 주의하세요”라고 전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곰이 긁어 찌그러진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차량 보닛이 찍혀 있었다.
이를 본 현지 네티즌들은 “평소 상상했던 것보다 5배는 더 크다” “최근 곰 습격 보도가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는데 영상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너무 위험하다” “직원이 무사해서 다행”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최근 홋카이도뿐 아니라 혼슈 동북부 도호쿠 지방에서도 곰 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에서는 지난 4월 이후 곰 습격으로 역대 최다인 13명이 사망했다. 올해 4~9월 곰 출몰 건수는 2만792건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최근 반년간 출몰 건수만으로도 작년 4월부터 1년간 집계치를 이미 넘어섰다.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부 각 지자체는 6일 회의를 열고 곰 피해 대책에 필요한 재원 지원 등을 중앙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자위대도 아키타현 요청에 따라 이 지역에 대원을 투입했고, 경찰청은 마을 인근에 나타나는 곰을 소총으로 퇴치할 수 있도록 국가공안위원회 규칙을 개정했다. 곰 습격 사건이 다수 발생한 아키타현, 이와테현에는 경찰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다만 자위대는 총으로 곰을 사살하지 않고, 대형 덫 설치나 포획된 곰 운반 등 지원 업무만 맡는다. 대원들은 방탄 조끼를 착용하고 방패, 곰 퇴치용 스프레이, 길이 165㎝ 봉 등을 지참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중의원에서 곰 퇴치와 관련해 “(주민) 생명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속도감 있게 필요한 대책을 차례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