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신상품 ‘디스트로이드(Destroyed) 모델 재킷’이 출시 24시간 만에 1차 물량이 완판됐다. 심하게 훼손되고 해진 형태의 이 후드 재킷의 가격은 950달러(약 136만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가 켄 쿠앙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X(옛 트위터) 등에 해당 제품의 영상을 올리며 “발렌시아가 ‘디스트로이드 모델 재킷’의 첫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모델이 붉은색 찢긴 재킷 지퍼를 올려 여미고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는 모습이 담겼다. 이 재킷은 소매 끝 실밥이 모두 풀려 아래로 늘어져 있고, 앞면 중앙에는 옷이 통째로 뜯겨나간 듯 큰 구멍이 나 있으며,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전반적으로 낡은 모습이다.
발렌시아가의 난해한 신상품을 접한 네티즌들은 “저런 상태가 가치라면 나는 이미 억만장자” “950달러짜리 걸레” “저런 걸로 바닥 청소할 옷은 많다.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발렌시아가는 과거에도 의도적으로 훼손된 디자인을 보여왔다. 이 브랜드는 앞서 1850달러에 판매되는 ‘다 떨어진’ 파리 스니커즈, 1790달러짜리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쓰레기 파우치’ 가방, 개당 약 1700달러에 판매되는 독특한 레이의 감자칩 가방 클러치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발렌시아가의 마케팅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발렌시아가가 “손상된 낡은 옷을 고가로 판매함으로써 부와 완벽함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에 도전하는 ‘아이러니한 반항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소비주의의 거대한 부조리와 패스트 패션의 악순환을 부각하며 ‘사회적 논평’으로서의 하이패션을 보여준다”며 “이렇게 분노한 사람들이 각종 SNS에 글을 올리며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료 홍보를 하게 하는 ‘분노 마케팅의 천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