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국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이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체중·외모 관리 규정을 운영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강제 해고로 이어졌다는 전직 직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21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에서 6년간 관리자로 근무한 A(38)씨는 “유니폼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체중이 증가한 승무원은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됐다”며 “기한 내 체중 감량에 실패할 경우 해고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오랫동안 젊고 마른 체형의 승무원을 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씨는 “모두가 아름답진 않았지만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은 필수 요건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 항공사는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립스틱 색상을 지시했고, 유니폼 착용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했으며, 비행 전에는 ‘그루밍 체크’를 통해 손톱, 구두 상태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A씨는 “관리자 시절 여성 승무원의 매니큐어 색이나 남성 승무원의 구두 상태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며 “유니폼이 조금이라도 끼어 보이면 해당 직원을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보고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들어간 승무원은 영양사와 함께 식단을 관리받으며 정해진 기간 안에 감량해야 했다”며 “기한 내 실패하면 비행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해고됐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일부 승무원에게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을 반복하게 했다. 한 여성 승무원은 체중 감량 지시를 받을 때마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살을 뺐다고 한다. A씨는 “요요 현상이 심했던 한 승무원은 비행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두 차례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빠르게 감량했다”며 “더 건강한 방법이 있었겠지만 그녀는 비행 일정이 최우선이었다”고 전했다.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근무했던 마야 두카릭(38)은 “‘체중 감시원(weight police)’이 있었다”며 “공항에서 승무원을 멈춰 세우고 ‘속도를 좀 늦춰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과거 또 다른 직원은 동료가 ‘과체중’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뒤, 3년간 체중 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비행 전 무작위로 체중 검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대변인은 “우리는 직원의 웰빙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승무원의 책임은 방대하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안전을 책임지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부 정책이나 특정 직원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