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에 흰 줄무늬를 그린 흑소./ 아이치현농업종합시험장

일본 연구팀이 소에 얼룩말 무늬를 그리면 파리가 덜 달라붙는다는 연구 결과로 제35회 이그 노벨(Ig Nobel) 상을 받았다. 괴짜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은 매년 노벨상 발표에 앞서 재미있고 기발한 과학 연구를 내놓은 연구진에게 수여한다.

21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농업·식품산업기술종합연구기구의 고지마 도모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밝혀낸 공로로 지난 18일 이그 노벨상 생물학상을 받았다.

연구팀은 ‘얼룩말의 무늬가 흡혈 파리를 막는다’는 기존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실험을 시작했다. 일본 흑소를 ▲폭 4~5㎝ 간격으로 흰색 스프레이를 뿌려 얼룩말 같은 줄무늬를 그린 소 ▲검은색 스프레이로 줄무늬를 그린 소 ▲아무 줄무늬도 칠하지 않은 소로 나눠 30분간 관찰했다.

소의 오른쪽 몸에 붙은 파리 수를 조사한 결과,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흑소는 평균 128마리의 흡혈곤충이 붙었다. 검은색 줄무늬를 그린 소는 평균 111마리가 붙었다. 이에 비해 흰 줄무늬를 그린 소는 평균 55마리가 달라붙는 데 그쳤다. 머리를 흔들거나 발을 구르는 등 파리를 쫓는 행동도 다른 소에 비해 2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흡혈 곤충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 소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살충제 사용량을 줄여 감염병 예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8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35회 이그 노벨상 시상식에서 얼룩말 무늬 셔츠를 입은 고지마 도모키 연구원이 팀을 대표해 이그 노벨상 생물학상을 수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 밖에도 10개 부문에서 기발한 연구들이 수상 명단에 올랐다. 엄마가 마늘을 먹으면 아기가 더 오래 젖을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진은 소아과학상을, 냄새 나는 운동화를 중화하는 신발장을 개발한 인도 연구진은 공학상을 받았다. 평화상은 보드카 한 잔이 사람들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보여준 독일·네덜란드·영국 팀이 받았다.

이그 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 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주최하며 1991년 시작됐다. 일본은 19년 연속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작년 도쿄과학대 연구팀이 “포유류는 항문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내 생물학상을 받았다.